우선 22일 SK하이닉스 시총이 삼성전자(보통주)를 넘어서 1위에 등극한 뒤 시장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AI 실적 회의론 등도 작용했다. 미국 스페이스X가 16% 급락한 뒤 AI반도체에 기대 올라온 한국물에 대한 의구심들도 보였다.
이찬진 금감원장 등 금융당국이 최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등이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면서 안정화 조치를 운운하는 것도 경계감을 키웠다.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상승과 하락 모두를 증폭시키는 기제로 작용한 게 사실이긴 하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미실현 이익의 관한 논의가 주식투자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는 주장도 보였다.
시장 분위기가 취약하다보니 SK하이닉스의 ADR 승인이 지연될 것이란 소문도 돌았다.
또 국내외 연기금의 6월말 리밸런싱 과정에서 한국 주식 매도가 불가피한 상황이란 얘기도 있었다.
해외 이슈와 관련해선 우선 미국 마이크론 실적 발표를 앞둔 경계감도 보였다.
미국마저 금리인상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최근 한국 주식의 과도한 급등에 대한 우려가 매도세를 자극했을 것이란 평가들도 많았다. 특히 미국 BOA는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3번 인상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심기를 어지럽혔다.
아울러 한국 주식시장이 MSCI 선진국 지수가 편입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 등을 급락 이유로 갖다 대기도 했다. 한국은 MSCI 선진국 와치 리스트 편입에 실패했다.
투자자들이 다양한 주가 폭락의 이유를 거론했지만, 이런 식의 대대적인 폭락이 나타나는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일본 키옥시아 주가가 15.1%나 폭락하고 그 여파에 니케이225가 3.6%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전날 한국 주가 폭락이 한국만의 독자적인 일은 아니었다는 평가도 보였다.
전날 코스닥도 76.88p(7.94%) 폭락한 891.52를 기록하면서 900선 밑으로 떨어졌다.
■ 한국이 견인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폭락
서울 시장에서 한국 주식이 무너지자 뉴욕 시장 기술주들도 타격을 입었다.
한국 주식 폭락으로 촉발된 글로벌 기술주 매도세가 미국 시장으로 확산된 것이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까지 겹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됐다.
나스닥이 2% 넘게 급락한 가운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7.9% 폭락했다. 반에크 반도체 ETF(SMH)도 7% 폭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XLK ETF 역시 4% 하락했다.
한국 주가 폭락이나 미국 기술주 급락에 대해 각종 이유를 대고 있지만, 결국 최근 이어진 AI 랠리에 대한 피로감과 과열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진단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선 특히 최근 상장된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에서 대규모 매물이 출회되면서 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4조 2,421억원을 대거 순매도하자 시장이 크게 흔들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선 한국 메모리 반도체주 상승에 따른 수급 쏠림 효과가 미국 마이크론 등으로 전염됐으며, 한국 시장이 흔들리자 미국 메모리주도 큰 타격을 입었다는 식의 평가가 나왔다.
이미 오래된 테마인 AI 투자 확대에 따른 막대한 자본지출(CAPEX) 부담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시장은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실제 수익화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AI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과 실제 수익성 사이의 균형을 따지기 시작하면서 의구심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모든 혼선이 '연준이 복수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과 맞물려 있다면서 최근 금리인상 기대감이 한 단계 더 커지면서 기술주들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란 평가도 보였다.
■ 한국,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불발
한국의 MSCI 선진국(DM) 지수 편입 도전이 또 한 번 좌절됐다.
정부가 외환시장 개방과 공매도 재개, 영문공시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추진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여전히 시장 접근성과 거래 편의성 측면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MSCI는 23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년 연례 시장 분류 결과'에서 한국을 기존과 같은 신흥국(EM) 시장으로 유지하고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첫 관문인 관찰대상국(와치리스트)에도 포함하지 않았다.
MSCI는 "한국 시장 당국이 오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발표한 조치들을 인정한다"면서도 "투자자들은 근본적인 문제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외환시장 접근성 문제가 여전히 핵심 걸림돌로 지적됐다.
MSCI는 "원화는 역외에서 실물 인도가 불가능한 통화"라며 "연장된 외환거래 시간에도 역내 유동성이 선진시장 수준의 원활한 거래 집행을 지원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 확대와 거래시간 연장 등을 통해 외환시장 선진화를 추진해 왔지만 MSCI는 실제 글로벌 투자자들의 거래 환경 개선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공매도 제도 역시 완전한 개선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MSCI는 지난해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이후 시장 접근성 평가를 기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상향 조정했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복원된 규제 준수 체계 아래에서 여전히 상당한 운영상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