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역대 최대 규모로 팔고 있지만, 한국 코스피는 어느새 8천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 최근까지 2차례 대규모 외국인 '매도 스트릭'...왜 발생했을까
상당수 투자자들은 최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행진(Selling streak)의 이유에 대한 궁금증도 표출하고 있다.
우선 3월 19일부터 31일까지 9거래일 연속 순매도의 이유로는 미-이란 전쟁 확전과 장기화 우려가 꼽힌 바 있다.
당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자 외국인들이 신흥국 시장 중 ATM 역할을 하는 '위험자산' 한국 주식에서 자금을 빼 안전자산으로 옮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환율도 외국인 투매의 이유로 꼽혔다. 당시 달러/원이 1,500원을 돌파하면서 외국인이 환 차손에 대한 공포를 느꼈을 것이란 진단도 많았던 것이다.
여기에 당시 메모리 반도체인 DDR5 현물가격이 하락하는 등 IT 수요 둔화 시그널이 외국인의 매도를 자극했을 것이란 평가도 있었다.
사실상 외국인의 순매도가 시총 1위와 2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몰려 있으니 IT 관련 우려가 셀링 스트릭의 이유로 거론됐던 것이다.
아울러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이유로 지수 요인을 들 수 있다.
외국인 셀링 스트릭이 발생할 당시 주가지수가 6천에 육박했던 것이다. 즉 6천선 근처에서 차익실현이 많이 나온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코스피는 3월 18일 6천선에 바짝 붙은 5,925.03으로 마감했다. 다음날인 19일부터 외국인은 조 단위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거친 매도 막바지인 3월 31일엔 지수가 5,052.46으로 후퇴했다. 외국인이 6천선 근처에서 대대적인 매도를 통해 5천선으로 끌어내렸다고 볼 수 있다.
최근의 외국인 매도는 3월 하순 당시와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측면도 있다. 외국인이 더 큰 규모로 팔지만, 그 때보다 더 안 밀리고 있다.
최근 외국인 매도 요인으로는 단연 '차익실현'이라는 평가가 많다.
코스피가 7천선을 훌쩍 넘어 8천을 향해 달려갈 때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차익실현을 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펀드들이 막대한 한국주식 투자 평가이익에 따른 리밸런싱을 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한국 주가지수가 S&P500 등 해외지수보다 압도적인 상승세를 나타냈기 때문에 자산 비중 조절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파업 리스크도 매도 이유로 꼽혔다.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한국 대표회사에서 총파업이 예고되자 외국인이 생산 차질과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팔았을 것이란 추론도 많았던 것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퇴조도 외국인 매도의 이유로 거론됐다.
최근 발표된 미국 물가가 예상치를 크게 웃돈 데다 일부 연준 위원은 상황에 따라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수 있다는 스탠스를 취하기도 했다.
이밖에 환율이 최근 1,500원선을 향해 다시 오른 부분도 거론된다.
달러/원은 지난 5월 7일 1,440원대까지 찍은 뒤 추가 하락이 막힌 채 올라왔다. 13일엔 장중 1,499.9원을 터치해 1,500원을 압박하기도 했다.
또 정치적 해석을 갖다 붙이기 좋아하는 일부 사람들은 '김용범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논란' 때문에 외국인이 팔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한국 주식시장 수급...이미 '패러다임 시프트' 일어났다
주식시장에선 한국 주식시장의 수급을 보는 관점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우선 시총이 커졌으니 순매매 규모 역시 커지는 게 당연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관점이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일주일 내내 외국인이 조 단위로 순매도하는 게 예사롭지 않다. 외국인은 대부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팔았으며 이 종목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일주일 사이에 1%나 빠지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면서도 "다만 전체 시총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종목의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해 이를 자연스럽게 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어떻게 보면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주가가 생각보다 강하게 올라 한국물 비중이 높아지니 외국계 펀드들은 자연스럽게 한국 비중을 줄여야 했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패시브 ETF가 계속 들어오니 세게 빠지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달라진 매수 강도 등도 한국 주식시장 수급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뒷받침한다고 진단했다.
주식 매수 실탄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도 대폭 늘었다. 최근 외국인의 대대적인 주식 순매도를 다 받아내고도 개인의 고객예탁금은 130조원을 넘는다. 지난해 4월과 5월 등 1년 전엔 57조원였지만, 두 배 이상 불어난 상태다.
이 본부장은 "개인이 과거와 같지 않다. 외국인이 팔 때 개인이 다 받아냈다. 외국인 매도 역시 차익실현격이어서 그렇게 크리티컬해 보이지도 않는다"면서 "또 일각에선 외국인이 매도해서 환율이 급등했다고 보기도 하는데, 그런 해석에도 별로 동의가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