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닫기
검색

뉴스콤

메뉴

뉴스콤

닫기

(장태민 칼럼) 장특공 실거주 위주 개편과 임차인 학대하기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6-04-30 15:36

(장태민 칼럼) 장특공 실거주 위주 개편과 임차인 학대하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주택 정책과 관련해 '장특공'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유기간 공제(최대 40%)를 없애는 대신 거주 기간 공제를 최대 80%까지 확대해 실거주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범여권, 즉 민주당 의원이거나 민주당의 도움으로 국회의원이 된 13명의 의원은 27일 '보유 기간'별 공제율을 없애는 대신 2년 이상(공제율 16%)부터 10년 이상(공제율 80%)까지 '거주 기간'별 공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현행 제도는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보유 기간별 공제율(최대 40%)과 거주 기간별 공제율(최대 40%)을 합산해 최대 80%까지 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최근 장특공 폐지가 큰 사회적 논란이 된 가운데 이번에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주택 소유가 아니라, '실거주'에 방점을 찍은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 실거주가 최상위 덕목...실거주 10년이면 80%까지 공제

대통령과 여권은 '살지도 않는 집'을 보유하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범여권 의원들은 '실거주'에 따른 공제 혜택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보유 기간'에 대한 공제는 없애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27일 발의된 '최근 버전'은 "장기로 보유했다고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문제지만, 실거주를 한 것에 대해선 깎아줘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거주에 대한 혜택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장특공은 보유 40%, 거주 40%, 합쳐서 80%지만, 이번 안엔 거주만 단독으로 80%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왔던 법안, 즉 장특공을 폐지하고 평생 2억원만 감면해주자는 법안이 거주 10년에 대해 최대 80%까지 감면해 주는 안으로 바뀐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1주택자도 '살지 않으면' 투기 세력의 범주에 집어 넣은 뒤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몰아주고자 한다.

■ 서울의 미천한 자가점유율...그리고 갭 투자에 대한 잘못된 주홍글씨

하지만 여당과 정부가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주택 수급과 관련한 마찰은 더욱 심화될 우려가 크다.

최근 서울 가구의 자가점유율은 40%를 좀 넘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서울시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자가 거주가 44.1%, 월세 거주가 28.0%, 전세 거주가 25.4%였다.

서울 100가구 중 자기 집에 거주하는 가구는 44가구 밖에 안 되고 나머지 56가구는 남의 집에 월세나 전세의 형태로 거주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 보면, 본인의 집은 세를 주고 본인은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 세를 사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직장, 이직, 사업, 아이의 학교, 출산, 퇴사 등 다양한 이유로 내 집에서 살지 못하고 남의 집에서 살아야 경우가 많다.

이 쯤되면 내집을 전세(월세) 주고 남의 집에 전세(월세)로 들어가 사는 게 왜 나쁜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또 정부가 갭 투자에 대해 '부도덕하다'고 딱지를 붙였지만, 사실 이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생존의 욕구가 갭 투자의 형태로 발현되는 경우도 많았다.

내가 가진 돈에 한계가 있고 정부가 대출을 규제하는 데 '서울 집값 폭등'이 예상되면 무주택자인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장 그 집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세를 끼고 미리 사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갭 투자를 근래에 생긴 부도덕한 투자의 끝판왕처럼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은 한국 부동산 시장의 생리를 전혀 모르는 것이다.

갭 투자, 즉 세 끼고 집 사기는 옛날부터 한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집을 사던 방식 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집값 폭등이 예견된다는 것은 돈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돈이 부족한 사람이 이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전세끼고 매수'하는 것은 꽤나 자연스러운 경제 행위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정부의 '갭 투자 악마화'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집은 돈 모은 뒤 사는 게 맞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돈을 모으고 있는 이 때에 집 값은 더 뛰어버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은행을 이용하든, 전세같은 사금융을 이용하든 레버리지를 무조건 죄악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 여당과 정부가 선(善)으로 규정한 것은 '비싼 주택 실거주'

이 법안 대로 제도가 바뀔 경우 향후 10년간 주택을 사서 거주하면 거주 10년에 대한 감면율은 80%, 보유 10년에 대한 감면율은 0%가 된다.

여당과 정부는 매수한 집에 직접 안 살 것이라면 '팔아야 한다'고 유도하는 중이다. 대신 집을 샀으면 직접 거주하라고 유도한다.

물론 12억 이하의 주택은 양도세가 없기 때문에 어차피 이런 정책은 상대적 '고가 주택'에만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즉 12억원 내로 팔 주택에 대해선 '거주의 쓸모'가 별로 없다.

싼 주택을 사서 올린 양도 차익에 대한 오케이, 비싼 주택을 사서 올린 양도 차익에 대해선 '투기꾼이므로 환수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정책이다.

이러면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까?

양도세에서 '면제되는 구간'의 집을 사기 위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예컨대 7억, 8억 하는 집은 50% 폭등하더라도 12억원이다. 이런 집들은 양도세 위험에서 벗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12억원 정도의 집은 어떨까?

KB기준으로 2026년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앙값(중위 매매가격)은 12억 2500만원 정도다. 중위가격은 평균매매가격 15억 6400만원과 꽤 차이가 난다.

통계기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중위값, 즉 12억원 수준이면 향후 집값이 오르더라도 양도세를 세게 물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평균값인 15억원에 사서 20억원 이상으로 집값이 오른다면 장특공이 신경 쓰일 것이다.

즉 상대적으로 싼 아파트를 매수하는 사람들은 '실거주'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비싼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은 실거주에 신경이 쓰일 수 있다.

결국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좋은 집'들의 임대 매물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싼 주택을 산 뒤 '실거주'를 안하면, 현재의 세금 체계에선 동일한 품질의 주택에 들어갈 수 없게 된다.

이러면 '10년 살고 나오기 풍토'와 같은 이상한 문화가 생길 것같다는 느낌도 든다.

■ 12억원 이상 주택만 영향?..."아니다. 12억 이하 주택도 상승 압력"

장특공 문제에 대해 비싼 집을 소유한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과연 그럴까.

현재 서울 아파트는 180만채 가량이며, 중간값 즉 90만 등에 해당하는 아파트 가격이 대략 12억원 정도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단 단순히 생각해 보면, 서울 아파트의 절반이 이번 제도에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12억원 넘는 아파트는 매수 시 '실거주'가 전제가 될 수 있다. 결국 평균 이상의 아파트 전월세 물량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급지나 학군지 아파트 등은 매매와 임대 물량이 모두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팔고 세금을 냈을 때 비슷한 수준의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눌러 앉는 게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이 정책은 전월세를 위축시키는 정책이다. 1주택자에게 전월세를 주지 말고 직접 거주하는 것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서울 아파트의 하위 50%, 즉 12억원 이하에 사는 사람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매매가격이 12억원보다 비싼 아파트에 전월세를 사는 사람들이 쫓겨 나올 수 밖에 없다. 세를 줬던 사람들이 장특공을 받기 위해 직접 살러 들어가면 기존에 그 집에서 살던 세입자들은 12억원 이하의 집들을 사기 시작할 수 있다.

즉 상급지 전월세 난민이 하급지 매매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서울의 상대적으로 싼 주택 가격을 쳐올릴 수 있다.

전국 주택 소유자 중 1주택자는 85% 정도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여당이 하려는 정책은 '1주택 임대 공급자'들을 공격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서울엔 이미 전월세 대란이 벌어졌는데, 정부와 여당은 이를 더 악화시키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서울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국회의원들이 낸 어이없는 법안을 보면서 크게 한숨을 지었다.

"올해 하반기 서울 전세가격은 지금보다 더 폭등할 겁니다. 시장은 아주 재밌어질 겁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멍청한 대통령, 그리고 멍청한 국회의원들이 서울 사람들, 특히 내 집 없는 임차인들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돼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올해 하반기에 확인해 보시지요."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