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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유가 80불 돌파로 한국에 급부상한 물가와 경기 리스크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6-03-06 13:54

자료: WTI 가격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WTI 가격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란이 5일 중동 유조선을 공격하자 국제 유가가 다시 뛰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0불을 넘어서면서 2024년 7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란이 유조선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가하자 이러다가 일각에서 우려했던 것처럼 다시 유가 100불 시대를 맞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부상했다.

간밤(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6.35달러(8.51%) 폭등한 배럴당 81.01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4.01달러(4.93%) 오른 배럴당 85.41달러에 거래돼 닷새 연속 상승했다.

미-이란 전쟁, 이란의 강경한 태도와 미국의 '해법 있다'는 말

5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은 물론 이라크 앞 상선도 폭격하는 등 무차별적 유조선 공격에 나섰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페르시아만 북부 해역에서 미국 관련 유조선을 공격했다. 며칠간 보복 공격 수위를 높이겠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바레인 정부는 "마아미르 지역 한 정유시설이 공격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군은 바레인, UAE, 카타르 등 중동 전역 뿐만 아니라 아제르바이잔까지 공격하는 등 전선을 확대하는 무모한 행동까지 하는 중이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미국의 지상 침공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를 기다리고 있다. 이란은 협상을 요청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란이 강력하게 나오자 주변 국가들의 걱정도 커졌다. 한국, 일본 등은 유가 때문에 걱정이 크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국 정부는 "국제유가 안정 방안을 강구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미-이란 전쟁, 미국과 이란의 심리 작전도...휴전까지 길어질 것이란 베팅 늘어

이란은 중동 국가들의 중요 시설을 향해 미사일을 쏘고 호르무즈를 위협하면서 석유 흐름을 차단했다.

미국은 쿠르드 족을 사서(?) 이란에 대응하게 등 각종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또 이란 내부의 분열 조장 술책도 구사하는 등 각종 심리전도 구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28일 발발한 전쟁이 길어질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도박 사이트에선 전쟁이 늦게 끝날 것이라는 데 거는 판돈이 커지고 있다.

폴리마켓 도박사들은 미국의 이란 공습 직후 3월말까지 휴전에 이를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을 2/3 정도, 즉 60% 중반으로 잡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달 말에 휴전에 이를 수 있을 것이란 베팅이 20%대로 급감했다.

당장 걱정스러운 것은 유가 급등 따른 물가...한국 정부는 석유류 가격 상승에 '골치'

이란이 주변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 시설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원유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급증했다.

바레인 정유시설이 공격 받자 물가가 우려스러운 금융시장에서는 한숨부터 쉬었다.

이에 미국이 나서서 '호르무즈 해협 안전 보장'을 약속했지만, 투자자들은 전쟁이 더 커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했다.

지금은 호르무즈 병목 현상으로 물류 흐름에 차질이 생겨 유가가 어느 선까지 뛸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은 정부가 나서서 휘발유값 인상 시도 등에 대해 경고하는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싱가포르-필리핀 순방에서 돌아오자 마자 국무회의를 열어 휘발유, 경유 등 석유 가격 관리를 공언하면서 물가 관리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갑자기 주유소 휘발유 가격 폭등했다고 한다. 심지어 리터당 200원을 올리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일들은 다른 사람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아 생기는 일"이라며 관계 기관에 제재 방안 을 논의하라고 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어제와 오늘 "석유류에 대한 최고가격 지정 포함해 모든 행정조치 활용해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며 매점매석, 담합행위 등에 대해 처벌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 한국에 급부상한 물가 우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1월과 동일했다.

하지만 근원 물가들이 최근 수준보다 다소 올라 주목을 끌었다.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3% 상승했다. 전년비 근원물가 상승률은 11월~1월 모두 2.0% 수준이었으나 이번에 오름폭을 확대한 것이다.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5%, 전월대비 0.3% 상승했다. 이 지수도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년비 2.3% 올랐으나 이번엔 상승폭을 확대한 것이다.

지금은 2월 28일 발발한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발 물가 상승이 큰 우려 요인이 됐다.

재경부는 이날 아침에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 결과를 본 뒤 "지금은 지정학적 요인과 기상여건 등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체감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알렸다.

재경부는 "중동 상황으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석유류 가격·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석유류 가격 안정을 위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은도 긴장하고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6일 아침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연 뒤 "3월에는 국제유가 상승이 비용 측면의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 부총재보는 "최근 중동 상황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비용 측면의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낮은 농축산물 가격 오름세,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 등은 하방 요인이라고 기대했다.

지금의 물가 환경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주장도 보인다.

야당의 경제통인 박수영 국힘 재경위 간사는 6일 "지금은 물가 폭등이 초비상인 상황"이라며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기준 오늘 오전 서울 평균 기름값이 리터당 1,900원을 넘어섰다. 전국 평균은 1,850원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전국 평균 유가가 1,800원을 넘은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졌던 2022년 8월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두바이 유가가 배럴당 86달러를 넘는 등 급등하면서 국내 기름값도 치솟고 있는 것이다.

박 간사는 "문제는 지금 주유소에서 파는 기름값에서 물가 상승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며 "석유화학 제품에서부터 물류, 항공, 플라스틱, 의류, 식품 등 전 분야에 도미노 물가 폭등이 일어나고 민생 경제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미 페인트 업계는 이번 달부터 건축, 방수, 바닥재 등에 들어가는 주요 제품의 가격을 5%~10%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어제 기준 쌀값은 20kg 평균 63,004원으로 1년 전보다 16%나 뛰었다"면서 "삼겹살은 100g당 2,637원, 소고기는 등심 100g당 12,361원으로 모두 1년 전보다 13%가량 올랐으며 닭고기는 11%, 계란도 6% 뛰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 물가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또 일부에선 전쟁과 겹친 환율 재불안, 서울 집값 급등세 등을 거론하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황 악화를 거론하기도 한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최근 달러/원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즉 17년만에 1500원을 돌파해 물가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여기에 집값 폭등세가 서울 하급지로 번져 부동산 가격 상황은 정부, 여당의 주장과 반대로 더욱 심각해졌다"고 우려했다.

최근 강남 중심 권역 등의 집값 상승세는 둔화됐으나 서울 내 중급지, 하급지의 집값 상승세는 더욱 심각해졌다. 지금은 작년부터 폭등했던 서울 상급지 외 서울 다른 지역 집값이 빠르게 올라 키맞추기 장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유가 급등에 따른 경기 타격 가능성도

유가가 올라 물가가 뛰면 국내 경기는 그 자체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일각에선 이런 분위기라면 스태그플레이션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지금은 물가도, 경기도 모두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한국 원화가 똥값이 된 이유엔 한국이 덩치에 걸맞지 않는 확대 재정을 쓰는 것도 모자라 돈도 너무 많이 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재정과 비교해보면 한국이 얼마나 턱없이 많은 돈을 쓰는지 알 수 있다"면서 "결국 이런 흥청망청식 재정 운영이 궁극적으로 경기에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선 중동 사태가 국내 주요 기업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걱정도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도 긴장하는 중이다.

김영배 민주당 외통위 간사는 5일 "재계와 간담회를 해보니 불확실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재계는 물류비, 운송비 문제 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 간사는 "재계는 석유류 인상이 전기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반도체 단가가 상승해 반도체 가격경쟁력에 심각한 우려가 생길 수 있다고 보더라"라며 "즉 중동사태로 인해 반도체 수급 전망 관련한 걱정마저 나오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지 국가들에서 조달되고 있는 핵심소재 문제도 있어 생산 차질마저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한국, 대만 등의 반도체가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 역시 적지 않다.

DRAM, NAND의 주요생산국인 한국, 고성능 프로세스칩 주요 생산국인 대만은 전체 전력 생산에서 LNG에 각각 28%, 42%나 의존하고 있다. 카타르 LNG 수출이 중단되면서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부상한 것이다.

반도체업계 뿐만아니라 건설업계, 정유업계, 석유화학업계 등 국내 주요 산업 분야에서 미-이란 전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중이다.

자료: 미-이란 전쟁 발발 뒤 유가와 천연가스와 금융 가격변수, 출처: 국제금융센터
자료: 미-이란 전쟁 발발 뒤 유가와 천연가스와 금융 가격변수, 출처: 국제금융센터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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