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국내 경제가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선 만큼 특별한 경기 충격이 없다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을 확인하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인플레이션은 과거 공급 충격 때처럼 상승폭이 크지는 않더라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압력으로 높은 물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유 부총재는 11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월에 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당분간 속도나 폭은 복잡한 문제일 수 있지만 사이클상 특별한 충격이나 요인이 없다면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준금리 정책은 선제적으로 이뤄진다"며 "성장과 물가 경로 전망을 보면서 추가 기준금리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재는 앞서 '이번 금리인상기는 어떻게 다른가: 주요국·과거와의 비교 및 정책 방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도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강화되고 물가가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발표는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가 아닌 유 부총재의 개인 의견이다.
향후 통화정책 판단에서는 근원물가와 성장 흐름을 핵심 변수로 제시했다.
유 부총재는 최근 주식 하락과 원·달러 환율 안정이 금통위원들에게 어느 정도 정책적 여유를 줄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들 변수가 통화정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향후 근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지와 경제 성장세가 지속될지를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한다며 금융안정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새롭게 나올 경제지표와 한은의 경제전망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전망이다.
7월 통화정책방향 결정 이후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7월 물가가 확인된 가운데 한은은 일별 통관수출과 신용카드 사용액 등을 추가로 점검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 조사국의 새로운 경제전망 작업도 시작됐다.
유 부총재는 이번 금리 인상기가 과거와 다른 점으로 강한 수출과 이에 따른 소득 증가를 꼽았다.
한국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인공지능(AI)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조선과 방산, 에너지 등 비IT 부문의 수출도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6월 경상수지는 1천910억달러로 지난해 연간 1천231억달러의 1.6배 수준에 달했고, 1분기 명목 GDP는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했다.
수출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과 소득 증가가 소비와 투자 등 내수로 파급되고, 다시 물가에 영향을 주는 경로도 주목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상승폭보다 '지속성'에 무게를 뒀다.
유 부총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국제유가를 비롯한 공급 충격이 물가를 급격하게 끌어올렸다면 이번에는 경기 회복에 따른 근원 인플레이션 등 수요 압력이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물가를 밀어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당시 최종 기준금리였던 3.50%를 넘어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지속성에 따른 통화정책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하락한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추가 안정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유 부총재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환율 급등에는 펀더멘털보다 수급과 기대심리 등 단기적인 요인의 영향이 컸다고 평가했다. 향후에는 경상·무역수지 흑자와 내외금리차 축소 등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방향을 말한다면 아래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400원대 초반의 환율도 수입물가 측면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물가에 상방 압력을 주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외환시장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원화시장의 심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와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자본 이동 규모에 비해 외환시장 자체의 깊이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에 24시간 외환시장과 역외원화결제시스템 등을 통해 해외 투자자의 원화 접근성을 높이고,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에 집중된 거래를 국내 실물인도 방식의 선물환(DF) 시장으로 점진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외국통화당국 대상 레포(FIMA Repo)와 관련해서는 당분간 한은이 이를 사용할 상황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 부총재는 국내 금융기관이 필요한 만큼 달러를 조달하지 못하거나 한은의 외환시장 대응 재원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지금까지 FIMA 레포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국채에 대해서도 급하게 시장에 매도하는 것보다 FIMA 레포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