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코스피가 13일 장중 8% 가까이 급락하며 유가증권시장에 1단계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가 발동됐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격화에 따른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유가 급등, 반도체 대형주 차익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1시 28분 코스피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됨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주식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들어 일곱 번째 서킷브레이커 발동이다.
코스피는 오후 1시 35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594.97포인트(7.96%) 급락한 6,880.97을 기록하며 장중 6,900선마저 내줬다. 코스피200지수도 8.70%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4.29% 내린 801.49를 나타냈다.
이날 시장에서는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매가 집중됐다.
전종목지표 기준 거래대금 상위 종목을 보면 SK하이닉스가 약 17조1천억원, 삼성전자가 약 8조9천억원으로 압도적인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13.44%, 삼성전자는 9.39%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ETF의 낙폭은 더욱 컸다. KODEX SK하이닉스밸류업레버리지는 27.07%, TIGER SK하이닉스밸류업레버리지는 27.62% 폭락했고, KODEX 삼성전자밸류업레버리지도 18.71% 하락했다. 삼성전자 역시 18% 넘는 낙폭을 기록하는 등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상품 전반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KODEX 200과 TIGER 200 등 대표 지수 ETF도 8% 안팎 급락했고, AI 반도체 및 반도체 테마 ETF 역시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지난주 미국 나스닥에서 SK하이닉스 ADR이 성공적으로 상장된 이후 단기간 급등했던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욕구가 집중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재개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으로 국제유가가 4% 넘게 급등하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극도로 강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동반 순매도에 나섰다. 오후 1시 35분 현재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천억원, 기관은 6천억원 가까이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3조원 안팎을 순매수하며 저가매수에 나섰지만 지수 급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환율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달러-원 환율은 장 초반 1,497원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상승폭을 확대하며 1,506원대로 올라섰다.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 국채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외국인 수급이 국내 증시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가는 "중동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제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며 "AI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던 차익실현 매물이 레버리지 ETF와 프로그램 매도로 확산되면서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 현·선물 동반 매도와 위험회피 심리가 겹치면서 시장이 패닉 양상을 보였다"며 "단기적으로는 중동 사태와 국제유가, 미국 물가와 통화정책 관련 이벤트가 투자심리 회복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