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넬슨 그리그즈 나스닥 사장이 SK하이닉스의 성공적인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계기로 향후 추가 ADR 발행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상장이 다른 해외 기업들의 미국 주식시장 진출을 자극할 것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그리그즈 사장은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을 '블록버스터' 거래로 평가하며 "기업들은 대개 시장에 다시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자사 주식이 어느 시장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따져보게 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가 전통적인 기업공개(IPO)보다는 추가 ADR 발행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자금을 더 조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ADR는 자국 증시에 이미 상장된 외국 기업의 주식을 미국 증시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예탁증서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상장을 유지하면서 미국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고 추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예탁증서 관련 서류인 F-6를 통해 총 17억8천만주 규모의 ADR 전환 한도를 등록했다. 이는 이번 공모 물량 1억7천790만주의 약 10배이자 전체 발행주식의 약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발행주식 일부를 예탁기관인 씨티은행에 맡겨 필요할 경우 ADR로 전환할 수 있는 한도를 사전에 확보해 둔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나스닥 상장에서 ADR 1억7천790만주를 주당 149달러에 발행해 총 265억700만달러, 약 40조원을 조달했다. ADR 방식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며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가운데서도 최대 수준이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보다 약 13% 오른 168달러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의 첫날 거래 성적을 두고 '대박(Bonanza)'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그즈 사장은 공모가 149달러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주관사인 JP모건이 좋은 상승 흐름이 나타날 수 있도록 가격을 잘 설정했다"며 상장 이후 주가 흐름도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상장이 다른 글로벌 기업의 미국행을 촉진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리그즈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상장 이후 미국 시장에서 IPO 또는 ADR 발행을 검토하는 해외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자금조달 규모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4곳이 해외 기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기업이 미국 시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미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 증시 진출을 논의하는 기업들이 아직 어느 시장에도 상장하지 않은 신규 IPO 후보와 자국 증시에 상장된 뒤 ADR 발행을 추진하는 기업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IPO와 ADR 모두 상당한 모멘텀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삼성전자의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공개되지 않은 잠재적 거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피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