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방송사 JTBC는 제일티비씨제이차(제1-9회, 150억원) 및 미르제이차(제2-2회, 56억원)에 대한 총 206억원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
* 6월 12일 금요일
NICE신용평가는 JTBC의 장·단기신용등급을 각각 CCC, C로 하향하고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 등재했다.
중앙일보의 장·단기신용등급은 각각 BB-, B-로 하향하고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 등재했다.
중앙일보가 지급보증한 중앙일보엠앤피의 단기신용등급은 B-로 하향하고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등재했다.
* 6월 14일 일요일
그룹 지주사인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4개 계열사가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날 JTBC 역시 추가로 회생 신청을 냈다.
* 6월 15일 월요일
중앙그룹이 몰락하자 그룹 사주인 홍정도 부회장이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죄한 뒤 부득이하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15일 월요일 서울회생법원은 이들 5개사에 대해 자산과 채권을 동결하는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같은 날 모태 기업인 중앙일보는 법정관리 대신 채권단과 협의하는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추진을 발표했다.
법원은 오는 6월 23일 오전 10시 중앙홀딩스를 시작으로 각 계열사 대표자 심문을 차례대로 진행한 뒤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 디폴트가 난 채권은...
제일티비씨제이차와 미르제이차는 서류상 회사인 SPC(특수목적법인)이다.
ABS를 발행할 때 자산과 부채를 본사(JTBC)와 격리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설립하는 페이퍼컴퍼니다.
JTBC는 만기가 3개월 단위로 짧은 단기채권을 끊임없이 새로 발행해 돌려막기(차환)를 해왔다.
JTBC는 신용이 불안해 일반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웠다. 미래에 벌어들일 방송 매출채권, 프로그램 판권 등 특정 자산을 담보로 묶어 '제일티비씨제이차' 같은 SPC에 넘긴 뒤, 그 담보 가치를 기반으로 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하면서 버텨왔다.
JTBC가 3개월짜리 단기사채를 9번이나 다시 찍어내면서 돌려막기를 했지만, 결국 150억 짜리도 빚도 갚지 못해 부도가 난 것이다.
일각에선 JTBC라는 유명 방송사의 기업 규모 등에 비해 206억원은 소액 아니냐면서 왜 이 정도의 금액도 못 갚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계속해서 채권 만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JTBC가 자체 현금 유입, 금융권 대출(차환) 등으로 사태를 진화하는 데가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디폴트를 선언하고 법정관리(기업회생)를 신청한 것이다.
■ 그룹 전체로 번진 위기
JTBC가 부도를 내면서 위기는 중앙그룹 전체로 번졌다.
JTBC의 디폴트 선언 직후 모기업인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P&I 등 주요 계열사들이 줄줄이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할 수 밖에 없었다.
중앙그룹 계열사 간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던 '상호 지급보증', 그리고 '신용등급 연동 풋옵션(조기상환요구권)'이 도미노처럼 터졌기 때문이다.
우선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상호 지급보증 규모만 2천억원이 넘었다.
JTBC가 빚을 못 갚고 무너지자 그 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의무는 보증을 섰던 중앙홀딩스, 콘텐트리중앙 등으로 넘어갔다.
안 그래도 메가박스라는 극장 침체 때문에 체력이 약해져 있던 계열사들이 이 빚을 감당할 수 없어서 도미노로 쓰러진 것이다.
특히 신용등급 연동 특약(풋옵션)은 계열사들이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들었다.
JTBC가 디폴트를 내자 신용평가사들은 모기업인 중앙일보와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투기 등급으로 강등했으며, 채권자들은 계약서상의 특약(신용등급 하락 시 조기 상환)을 근거로 "당장 돈을 돌려달라"며 수천억 원대의 풋옵션을 동시에 행사했다. 하지만 이미 자금이 말라버린 그룹 계열사들을 돈을 만들어낼 길이 없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자본시장은 중앙그룹의 채권이라면 도망갈 수 밖에 없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중앙그룹 전체 채권 규모만 5천웍원이 넘는 상황에서 차환을 통한 자금조달은 봉쇄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사주인 홍정도 부회장은 그룹의 공멸을 막기 위해 포괄적금지명령(채권동결)을 받아내고자 주요 계열사들을 묶어서 법정관리에 집어넣어야 했다.
■ 개인 채권투자자들, '설마 중앙일보 그룹이...' 믿다가 당했다
중앙그룹 관련 회사채들은 디폴트 및 법정관리 신청 직후 HTS의 장외채권 시장에서 원금 대비 30~40%가량 폭락한 가격에 무더기 매물이 쏟아지는 패닉셀링이 일어났다.
JTBC, SLL중앙, 중앙일보 등이 발행한 채권 가격이 액면가(10,000원) 대비 30~38% 폭락한 6,100원~7,000원 선으로 추락했다.
채권가격이 폭락하자 특정 채권은 유통수익률이 320% 넘게 폭등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그룹이 제시한 연 8%대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망한' 개인 채권투자자 A씨는 당황해했다.
그는 "키움증권 HTS에서 8%대 금리를 받고 샀던 중앙일보 그룹 채권이 이런 쓰레기 조각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중앙그룹 계열사들에 대해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려 채권 원리금 지급이 정지됐으며, 현재 장외채권 매매거래는 중단돼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던 콘텐트리중앙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제 법원의 회생계획안이 확정돼 변제율(원금 감면 비율)과 출자전환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채권 자금등은 묶이게 된다.
중앙그룹 계열사가 채권자 목록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이 지정한 관리인이 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실사한 뒤 채권 변제 비율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게 된다.
채권 원금은 탕감되고 탕감되지 않은 원금의 일부는 강제 출자전화돼 지급될 수 있다. 또 투자자들이 투자금의 일부를 돌려 받더라도 상당기간에 걸쳐 변제 받게 된다.
법원은 채권자들을 모아 관계인집회를 열고 회생계획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며, 회생채권자 총 채권액의 3분의 2(66.7%) 이상이 동의해야 회생계획안이 통과된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중앙일보 채권은 은행 중심의 채권단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변제 조건이 별도로 결정된다. 즉 법정관리 계열사(JTBC, 콘텐트리중앙 등)와 절차가 다르게 진행된다.
■ 중앙그룹은 왜 무너졌나...메가박스의 저주, 그리고 올림픽·월드컵의 저주
중앙그룹이 무너진 이유는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경영 실패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방송, 영화, 극장, 레저 부문에 엄청난 변화가 왔다.
특히 OTT 성장 등으로 극장 산업이 망하다시피 한 것도 중앙그룹엔 엄청난 불운이었다.
코로나19 이후 극장 관객 수가 반토막 나면서 메가박스중앙은 수년째 심각한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부채비율이 1500%에 육박하기도 했다.
메가박스와 JTBC의 지분을 모두 가진 중간 지주사 콘텐트리중앙이 메가박스의 빚을 메우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지원을 하느라 그룹 전반의 현금 창출력도 바닥나고 말았다.
이후 JTBC가 위기에 처했을 때 지주사나 다른 계열사들이 자금을 융통해 줄 수 있는 여력을 메가박스가 먼저 고갈시켜 버린 셈이다.
마치 삼국지에서 조조의 군함들이 쇠사슬로 묶여 있다가 불타버린 ‘연환계(連環計)’처럼, 중앙그룹도 계열사 간 촘촘한 ‘지분 관계, 연대보증, 자금 지원’의 사슬 때문에 한 곳의 불길이 그룹 전체를 집어삼켜버린 모양새가 됐다.
홍정도 부회장 등 경영진의 막대한 차입금을 기반으로 한 방만 경영, 무리한 승부수는 회사를 더욱 위태롭게 했다.
메가박스의 부실이 밑바닥에 깔린 불씨였다면, 7천억원 규모로 알려진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독점 투자는 JTBC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린 결정타였다. 소위 ‘승자의 저주’를 제대로 맛 본 것이다.
과거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지상파 3사가 비용을 분담하는 합의체(코리아풀)를 통해 중계권을 샀다.
하지만 JTBC는 종합편성채널로서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2026~2032년 올림픽과 2026~2030년 월드컵 중계권을 약 5억달러(7,000억원)에 독점계약하며 지상파들을 따돌렸다.
회사의 체급이나 현금 창출력에 비해 지나친 지출이었다.
JTBC는 중계권을 독점한 뒤 지상파 3사에 비싸게 되팔아(재판매) 투자금을 회수하려 계획했지만, '방송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던 지상파들은 "그 가격엔 못 산다"며 협상을 거부했다.
스포츠 중계역량도 부족했던 JTBC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엉망으로 중계하면서 스포츠팬들에게 엄청나게 욕을 얻어 먹었다. 그나마 시청률도 나오지 않았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역시 1,900억 원가량에 확보해 두고도 KBS 단 한 곳에 고작 140억 원만 받고 넘기는 데 그쳐 엄청난 적자를 떠안게 됐다.
이미 사람들은 시대의 변화 떠밀려 TV·신문·극장 등을 멀리하게 됐지만, 중앙그룹은 그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오늘과 같은 결과를 맞이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