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캡틴 엔비디아' 휘청이자 직격탄 맞은 코스피...11월 외국인 역대급 코스피 매도중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5-11-21 14:43
자료: 주요국 주식시장 중 가장 많이 빠진 한국...자료: 코스콤 CHECK
[뉴스콤 장태민 기자] 외국인이 가공할 만한 코스피 매도를 통해 한국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날은 외국인이 11월 들어 4번째 2조원 넘는 코스피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은 11월 4일과 5일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2조원 이상의 순매도를 기록하더니 14일, 그리고 오늘(21일) 다시 2조원 넘는 순매도를 하고 있다.
■ 11월 외국인 대규모 코스피 매도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외국인이 11월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순매도한 규모는 무려 12조원에 육박한다.
오늘을 포함해 4거래일 기간엔 하루 2조원 넘는 순매도를 단행했다.
1조원 넘는 대규모를 단행한 날은 6일이다.
11월 들어 오늘 현재까지 15거래일 중 4일만 순매수했으며 2/3 이상은 순매도로 일관했다.
최근 외국인의 역대급 매도를 개인의 역대급 매수가 받아주고 있다는 평가도 들리지만, 주식 변동성이 커 시장 흐름은 매우 불안정하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9월, 10월까지는 사기만 하면 오르던 주식이 11월 들어 외국인의 대대적인 매도로 하락했다"면서 "이달 들어 일방적으로 오르던 주가 흐름이 외국인 매도로 헝클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AI 주식 거품론이 재부상하면서 한국 시장이 철퇴를 맞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 엔비디아 엄청난 실적에도 무너지는 AI 관련주
간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4.8% 급락하면서 이날 한국 주식시장엔 고난이 예비돼 있었다.
엔비디아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무너지면서 한국시장의 주식 투자심리도 냉각될 수밖에 없었다.
19일 장 마감 뒤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며 시간외 거래에서 6% 이상 치솟았던 엔비디아가 막상 정규장에서는 3% 넘게 하락하며 극심한 변동성에 휘말리자 AI주식 전반에 걸친 우려가 커진 것이다.
AI 주식 고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준맨들의 금리인하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 오랜만에 발표돼 논란을 부른 고용지표, 암호화폐 급락 등은 투자심리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다만 엔비디아 실적은 다시 봐도 꽤 놀라운 면이 있다.
2026회계연도 3분기(8~10월) 실적에서 매출 57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62% 증가한 수치로 시장 전망치(549억 달러)를 20억달러 이상 웃돌았다. 이는 2023년 5~7월 이후 약 2년 만의 최대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조정 EPS는 1.30달러로 예상치(1.25달러)를 상회했고, 순이익은 319억달러로 전년 대비 65% 급증했다. 기술기업 중 같은 분기 더 큰 이익을 낸 곳은 알파벳뿐이다. 특히 AI 칩의 핵심인 데이터센터 매출은 512억달러로 전년 대비 66% 증가해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GPU 매출만 430억달러에 달했다.
젠슨황 CEO는 "블랙웰 판매는 ‘오프 더 차트’, 클라우드 GPU는 이미 전량 매진됐다"고 했다.
시장은 그러나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엔비디아가 높은 매출과 이익을 기록 중이지만, 엔비디아 제품을 산 기업들의 실적도 좋아져야 제대로 된 사이클이란 식의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힘을 얻은 것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나스닥이 2.2%, 필라델피아반도체가 4.8% 급락하면서 캡틴 엔비디아는 호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면서 "시장은 매출채권 급증에도 주목하면서 수익화 속도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너무 올랐던 주가의 조정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AI 고평가만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평가들도 나오는 중이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연준맨들의 매파적 발언이 누적되면서 시장이 잽을 너무 많이 맞았다는 식의 반응도 보인다.
간밤엔 마이클 바 연준 이사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3% 수준에 머물러 있고 우리의 목표는 2%다. 목표 달성을 위해 통화정책을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했고,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 당분간 제한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류의 발언은 트럼프가 임명한 3인의 연준 이사를 제외하면 많이들 했던 내용이다.
트럼프가 자르고 싶어했던 리사 쿡 연준 이사가 "주식 등 고평가된 자산 가격들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주식을 직격한 게 좀더 신선한 발언 내용이었다.
일단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12월 FOMC, 혹은 올해 말까지는 변동성 장세에 유의하면서 조심하는 게 낫다는 평가들도 늘어났다.
또 11월 들어 외국인의 거친 매도가 시장 조정을 이끌어내면서 주식 매수자들의 후퇴를 이끌었으며, 당분간 저가매수 대응보다 보수적인 스탠스가 낫다는 조언도 늘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AI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주식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리사 쿡 이사가 고평가된 주가 하락 위험을 경고하자 미국, 뒤이어 한국 주가가 급락했다"면서 "한국시장에선 외국인 매도세가 워낙 거칠어 저가매수 대응을 일단 늦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시장 안정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삼성증권은 "코스피가 9~10월 3,200pt에서 4,200pt까지 30% 넘게 급등했기 때문에 단기 가격조정 구간으로 판단한다"면서 "다만 3주 동안 9% 수준의 가격·기간 조정을 겪었고 단기 달러 유동성 문제는 점차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증권사는 "지금은 단기 유동성 시장의 안정화를 살펴보면서, 향후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 한국 투자 외국인 수익 확정 시도 감안할 수밖에
미국의 AI 버블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란 점이나 원화의 불안정한 움직임 등을 감안해 외국인의 수익 확정 욕구를 감안해야 한다는 진단도 보인다.
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지금은 외국인이 원화 기준으로 먹은 수익을 확정하려는 수급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대부분 SK하이닉스,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AI의 버블 여부는 누구도 쉽게 단정할 수 없지만 이런 논란은 당분간 주식시장을 괴롭힐 수 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그는 "AI 버블 여부는 결국 시간이 말해지겠지만 당분간은 이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며 "달러 유동성도 아직은 원활하지 못한 데다 엔 캐리 청산 가능성 얘기까지 나오는 중이니 조심하는 게 맞긴 하다. 최소 12월 FOMC 이전까지는 변동성 장세를 각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