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일본경제신문 [뉴스콤 장태민 기자] 일본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 여당이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유지에 실패했다.
자민당이 39석, 공명당이 8석을 확보해 과반 유지에 필요한 50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총 248명인 일본 참의원은 3년마다 절반인 124명을 선출한다. 올해는 결원 1명을 포함해 125명을 선출했다.
여당은 선거 대상이 아닌 의석수(자민당 62석, 공명당 13석)를 합쳐 총 122석을 보유하게 됐다. 즉 과반인 125석에 못 미치는 패배를 기록한 것이다.
최근 일본 장기금리는 미리 자민당의 정책 그립감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상승한 바 있다.
아울러 향후 일본 국채 금리 추가 상승 여부 등은 정계 개편 등에 달려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자민당 패배는 예견됐던 사안...여당, 최악의 패배는 면했다
일본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 여당이 과반 의석 유지에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은 선거 전부터 광범위하게 예견이 됐다.
NHK, 요미우리신문 등 여러 일본 언론이 공동 실시한 출구조사를 보면 여당은 넓게 봐서 32~53석 사이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당이 과반을 유지할 수 있는 50석 확보엔 실패했지만, 30석 남짓을 얻는 데 그쳐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에 비해선 나은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선거 전 연립 여당은 과반 유지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현실적으로 판세가 쉽지 않았다.
결국 자민당은 1955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에서 과반을 잃는 위기에 처했다.
집권 여당의 패배 이유로는 쌀값 상승 등 고물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 어려움 등이 꼽힌다.
아울러 여당 지지층에선 유약한 보수당 대신 찐(?) 보수당으로 옮긴 영향이 컸다는 지적도 보였다. 여당의 패배와 함께 소위 '극우 야당'의 약진도 두드러진 것이다.
참정당은 14석 등을 확보했다. 참정당은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를 본 뜬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워 1석에 불과했던 의석수를 대폭 늘린 것이다.
■ 미리 자민당 선거 패배 반영하면서 올라온 뒤 주춤했던 금리
7월 들어 일본 국채금리는 급등했다. 특히 초장기 구간 금리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일본 국채30년물 금리는 월초만 하더라도 2.8%대에 머물렀지만, 지난 7월 15일엔 종가기준으로 3.1635%까지 올라왔다.
그런 뒤 최근엔 악재 반영 심리, 금리 급등에 따른 반작용으로 레벨이 다소 낮아졌다.
일본 국채10년물 금리는 이달 1일 1.38%대에서 15일엔 1.5865%로 치솟았다. 역시 이후엔 금리 레벨을 다소 낮췄다.
최근 일본 초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과정에선 선거를 앞둔 재정 건전성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보험사 등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를 외면하면서 금리가 대폭 오른 것이다.
시장은 최근 자민당·공명당, 즉 여당의 위축과 야당의 도약을 보면서 야당의 재정 확대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봤다.
특히 대표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식료품에 부과하는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0%로 낮추겠다"고 공약해 상당한 지지를 얻었다. 이 당 외에 국민민주당, 참정당 등도 부가가치세의 점진적 폐지를 내세웠다.
■ 이시바 '사퇴는 없다' 다짐...금융시장에 '정치 불안' 우려는 잔존
선거 패배 후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선거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NHK 방송 등에 나와 "국가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이사바에 대한 사퇴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의원, 참의원 모두 여소야대 구도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다는 평가들이 이어진 것이다.
아시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여당의 패배 이유로 고물가 등 경제 불안, 무기력한 대미 관세 협상, 정부와 집권당 정책에 대한 불신, 최근 수년간 이어진 잇따른 선거 패배에도 변화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무능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일본 최대 야당인 입헌민주당이나 국민민주당의 압승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보였다.
최대 야당인 입헌민주당이 21석, 국민민주당이 17석을 확보해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극우 성격의 참정당이 14석을 대거 확보한 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란 평가도 보였다.
국내 증권 투자자들은 선거 이후 일본 금리나 환율 등 가격변수 움직임을 확인하려는 심리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일본 금리시장이 휴장인 가운데 재정정책 등을 어떻게 반영할지 주목하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일본에선 자민당 패배 예상과 함께 금리가 이미 크게 올랐다"면서 "선거 결과가 예상보다는 나쁘게 나온 것 같지는 않아 시장 반응을 한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제 일본에선 자민당 독주 체제가 무너지고 여러 당이 각자의 지분을 바탕으로 통일되지 않은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정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일본에 혼미(混迷)의 시대가 열렸다. 앞으로 본격적인 다당제가 막을 연다"면서 "자민당이 대폭 축소되고 사반세기 동안 이어진 자공(자민-공명) 연립도 온전치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여당 패배 이후 아시아 시장 엔화 움직임은 제한적이었으며, 이는 일각에서 경계한 '대패'가 아니라는 점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니혼게이자이는 "향후 재정확장 정책, 미국의 고관세 등을 이유로 엔 매도가 나올 가능성도 있고 향후 정국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