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인텔의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를 계기로 미국 반도체주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의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자금 조달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 가까이 급락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전장보다 2.94% 하락했다.
반도체주 약세를 촉발한 것은 인텔이었다. 인텔은 AI 반도체 투자를 위해 150억달러 규모의 보통주 추가 발행에 나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4.06% 하락했다.
이번 증자는 인텔이 지난 1971년 상장한 이후 처음 진행하는 대규모 주식 공모다. 인텔은 AI 연산 분야의 투자 확대와 피지컬 AI, 전용칩, 첨단 패키징, 외부 웨이퍼 등에서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대규모 신주 발행에 따른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부각됐다. AI 관련 투자 확대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엔비디아의 대규모 AI 인프라 자금 조달 소식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엔비디아는 블랙록과 브룩필드, 골드만삭스, KKR 등 월가 주요 금융회사들과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최대 5천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I 설비투자가 이미 빠르게 늘어난 상황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자금 조달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AI 투자 부담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 엔비디아 주가는 2.86% 내린 217.55달러로 마감했다.
주요 반도체 종목도 일제히 밀렸다.
AMD는 2.86% 하락한 469.56달러를 기록했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89% 내린 861.0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로드컴은 1.25% 하락한 422.40달러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도 1.90% 하락했다.
반도체 장비주와 팹리스 등으로도 약세가 확산됐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3.16%, 램리서치는 1.59%, KLA는 2.71% 각각 하락했다. 마벨테크놀로지는 4.65%, 테라다인은 3.75%, 크레도테크놀로지는 3.98%, M/A-COM 테크놀로지는 4.44% 떨어졌다.
반면 일부 종목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ASML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0.43% 하락하는 데 그쳤고 모놀리식파워시스템즈도 1.46% 내렸다.
반도체주의 광범위한 하락은 뉴욕주식, 특히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에 부담을 줬다.
이날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85.26포인트(0.32%) 하락한 2만6,605.36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6%,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11% 각각 내렸다.
국제유가 급등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도 성장주와 반도체주에 부담을 더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은 5.1% 급등한 배럴당 82.13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5.0% 오른 배럴당 87.72달러로 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교착 상태를 이어간 영향이다.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국채금리도 상승했다. 금리선물시장에서 연방준비제도의 9월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은 51.7%로 반영돼 전날 44.4%보다 높아졌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