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코스피가 29일 장중 8% 넘게 폭락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 1단계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가 발동됐다. 전날에 이어 코스닥시장에서도 서킷브레이커가 재차 발동되면서 국내주식 시장은 이틀 연속 거래가 중단되는 초유의 변동성 장세를 연출했다.
간밤 미국 반도체주 급락에 이어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에도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투매가 이어졌다. 여기에 중국 반도체 기술 자립에 따른 경쟁 심화 우려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경계심리까지 악재로 작용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12시32분을 기점으로 코스피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를 1분간 지속함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발동 시점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1.33포인트(8.15%) 급락한 5,532.33을 기록했다.
앞서 코스닥시장에서도 오후 12시19분 코스닥지수가 전일 대비 8.05%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이어지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발동 당시 코스닥지수는 649.00을 기록했다.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오후 12시42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2.10포인트(8.17%) 하락한 5,531.56을 기록했다. 코스피200지수는 8.55% 내렸고, KRX300지수도 8.60% 급락했다. 코스피200선물은 8.92%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56.85포인트(8.05%) 떨어진 649.00을 기록했고, 코스닥150지수는 9.13%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급등하면서 3% 넘게 오르기도 했지만 SK하이닉스가 하락 전환한 이후 반도체주 전반으로 매물이 확산되면서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오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뒤 낙폭을 빠르게 키우며 결국 서킷브레이커 발동 요건을 충족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오후 12시40분 기준 SK하이닉스는 12.90% 급락한 135만원에 거래됐다. 삼성전자도 8.18% 하락한 20만2천원을 기록했다. SK스퀘어는 12.54%, 삼성전기는 11.31%, 삼성전자우는 7.84% 각각 내렸다.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은 투매 양상을 나타냈다. KODEX SK하이닉스산업밸류업레버리지는 25.93%, TIGER SK하이닉스산업밸류업레버리지는 27.01% 급락했다. KODEX 삼성전자산업밸류업레버리지는 16.30%, TIGER 삼성전자산업밸류업레버리지는 16.34% 떨어졌다.
반도체 테마 ETF도 큰 폭의 약세를 면치 못했다. TIGER 반도체TOP10은 11.10%,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는 11.89% 하락했다.
거래대금은 SK하이닉스가 약 17조원, 삼성전자가 약 12조원으로 두 종목에만 29조원 가까운 거래가 몰리며 극심한 손바뀜과 투매가 이어졌다.
수급도 급격히 악화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약 2,700억원 순매수로 전환한 가운데 기관이 2조원 넘게 순매수했고 개인은 2조원 이상 순매도를 기록했다.
국내주식 시장 급락은 글로벌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간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5% 급락하며 나흘 연속 하락했고,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ADR은 각각 9% 안팎 급락했다. AMD도 8% 넘게 떨어지면서 AI 반도체와 메모리 업종 전반에 대한 차익실현이 이어졌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상장 흥행과 양쯔메모리(YMTC)의 기업공개 추진, 중국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국산화 진전 등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메모리 산업의 경쟁 심화 우려가 커진 점도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평가가 나오자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집중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근 증시 급락과 관련해 "특정 두 종목(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50%에 이를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한 것이 시장 변동성을 키운 요인"이라며 "정부도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오는 31일부터 시행되는 보완 대책의 효과를 점검한 뒤 필요하다면 추가 보완 방안을 마련해 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