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달러-원 환율이 8일 장중 1,550원대를 터치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시장 안정 의지와 국민연금의 환헤지 물량 유입에 상승폭을 모두 반납한 채 1,530원대로 내려앉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1원 내린 1,535.0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전장 대비 16.1원 오른 1,555.2원에 출발한 뒤 장 초반 1,555.2원까지 상승하며 2009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주말 미국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17만2천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됐고, 중동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미국 반도체주 급락 여파가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한 영향이다.
국내 주식도 급락세를 나타냈다. 코스피는 장중 서킷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급락한 끝에 8.3% 급락 마감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700억원 순매도로 2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지만 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환율은 개장 직후 1,550원대를 넘어서는 등 강한 상승 압력을 받았다.
다만 오전 중 외환당국이 공동 구두개입에 나서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 쏠림을 용인하지 않고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투기적 거래와 NDF 시장에 대한 점검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당국은 최근 환율 급등이 경제 펀더멘털보다는 외국인의 주식 비중 조정과 단기 수급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원화 가치가 경제 여건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재평가될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고환율을 활용한 선물환 매도 방식의 환헤지 거래를 개시했다는 소식도 달러 매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장중에는 당국 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까지 유입되면서 환율은 1,540원선을 하향 이탈했고, 한때 1,533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당국의 경고 수위가 예상보다 강했고 국민연금 환헤지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심리가 빠르게 진정됐다"며 "1,550원대에서는 추격 매수가 크게 약화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 전망과 중동 리스크 등 대외 여건은 여전히 달러 강세 우호적"이라면서도 "당국 경계감이 상당히 높아진 만큼 단기적으로는 수급에 따른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