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한국은행이 1일 개막한 '2026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금융취약성과 디지털화폐(CBDC), 중앙은행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향후 통화정책과 화폐 시스템의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한국은행은 이날 '중앙은행, 그리고 화폐의 미래(Central Banks and the Future of Money)'를 주제로 열린 국제컨퍼런스 1일 차 세션에서 발표된 주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토비아스 아드리안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자문관이 '금융취약성과 통화정책(Financial Vulnerability and Monetary Policy)'을 주제로 발표했다.
연구는 금융여건 완화가 단기적으로는 경기와 생산을 개선하지만 금융기관의 레버리지 확대와 위험자산 투자 증가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극단적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변동성의 역설(Volatility Paradox)'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앙은행이 물가와 산출갭뿐 아니라 금융취약성까지 정책 결정에 반영할 경우 경기 변동성을 낮추고 경제 후생을 개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기존의 테일러 준칙보다 금융취약성을 함께 고려하는 통화정책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급결제-신용-디지털화폐의 삼중 딜레마(The Payment-Credit-Privacy Trilemma)'를 발표했다.
연구는 디지털화폐 체계에서 ▲효율적 지급결제 ▲효율적 신용공급 ▲개인정보 보호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완벽하게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빅테크 플랫폼은 신용공급 확대에 유리하지만 독점과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고, 익명성이 강한 디지털화폐는 개인정보 보호에는 유리하지만 대출 상환을 강제하기 어려워 신용공급이 위축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정부 주도의 스마트 CBDC는 신용공급에는 유리하지만 과도한 감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는 향후 CBDC와 공공 디지털 지급결제 시스템 설계 과정에서 결제 효율성, 신용공급, 개인정보 보호 간의 상충관계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마이클 베버 퍼듀대 교수가 미국 소비자 5천2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대중 인식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연준을 정치적으로 편향된 기관으로 인식할수록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와 정책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을 자신의 정치 성향과 일치하는 '내집단'으로 인식한 응답자의 신뢰 점수는 4.2점이었으나, '외집단'으로 인식한 응답자는 3.1점에 그쳤다. 또한 외집단 응답자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내집단보다 평균 1.8%포인트 높았다.
연구는 중앙은행이 스스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대중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인식이 해소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왜곡에 따른 사회적 후생 손실이 약 33%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이번 컨퍼런스가 디지털화와 금융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환경에서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와 화폐의 미래를 모색하는 논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