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주말 '폭풍 트윗'이 세간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X(트위터)에 쓴 글에서 투기 세력, 그리고 이를 옹호하는 언론을 비판하면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일각에선 대통령의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해 '문재인 시대와는 달리' 기대해 볼 만하다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하지만 대통령의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통령을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래도 머리가 좋은 줄 알았는데, (부동산을 전혀 몰랐던) 문재인 대통령을 다시 보는 듯했다"면서 "문재인처럼 서울 집값을 추가로 더 폭등시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대통령의 부동산 자신감, "5천피 보다 쉽다"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X에 언론이 정론직필은 못하더라도 정부 '억까' 만큼은 자중해 주면 좋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대통령은 '부동산투기 때문에 나라 망하는 걸 보고도 왜 투기편을 들까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론직필은 언론의 사명이자 의무다. 그런데 언론이라면서 대체 왜 이렇게까지 망국적 투기를 편드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은 "왜 이렇게까지 망국적 투기를 편드느냐"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집값 안정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망국적 투기 편을 든다고 지목한 사람은 파이낸셜뉴스라는 매체가 인용한 한양대 이창무 교수의 글이었다.
대통령은 "돈 벌겠다고 살지도 않는 집을 몇 채씩 수십 수백 채씩 사 모으는 바람에 집값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올라 젊은이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이 줄어 나라가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렇게 버는 돈에 세금 좀 부과한 것이 그렇게 부당한 것일까"라고 물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현재의 부동산 상황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의 서울 부동산은 '투기' 때문에 오르는 게 아니라 '실수요' 때문에 오른다.
최근 '노도강금관구'라고 표현되는 서울 내 하급지 집값이 급등한 이유만 봐도 '실수요의 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무주택자들은 서울의 변두리라도 사지 않으면 큰 일 날 것같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 판에 '투기꾼' 타령을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대통령 주변에 내시가 붙어 있는 것인지, 부동산을 전혀 모르는 자들이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코스피를 띄운 대통령인 만큼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도(!) 자신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은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는 불가능할 것 같은가.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을 감수하면 될 일"이라며 "부동산 정상화는 코스피 5천피 달성이나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고 더 중요한 일"이라고 자신했다.
이런 자신감, 무섭다!
■ 야당의 '대통령 이중성' 공격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부동산 가격 잡는 일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야당은 '대통령의 위선'부터 문제 삼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일 "(대통령이) 집값이 안 잡혀서 분노 조절이 안 되는 모양인데, 국민 탓하기 전에 본인부터 한번 돌아보라. 대통령이 보유한 분당 아파트가 1년 새 무려 6억 원이나 올랐다"면서 염장을 질렀다.
장 대표는 "인천 국회의원 되면서 2022년부터 판다더니 아직도 팔지 않고 있다. 4년째 못 팔았으면 못 판 게 아니라 안 판 것"이라며 "이미 4년째 실거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4년 이상 실거주를 못 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대통령 논리대로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장 팔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대통령부터 똘똘한 한 채를 쥐고 버티는 것처럼 보이니 무슨 정책을 내도 약발이 먹힐 리가 없다고 했다.
장 대표는 "포크레인 몰고 호통친다고 잡힐 집값이라면 그 쉬운 것을 왜 여태 못 잡았는가"라고 반문했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두고 SNS를 통해서, 시장을 협박하는 중이라고 우려했다.
송 원내대표는 "하루에만 4번, 총 7번씩이나 SNS에 글을 올려서 ‘5월 9일까지, 집을 팔아라’ 식으로 대국민 협박정치를 하는 행태는 SNS로 관세인상을 일방 통보하는 트럼프 대통령한테 배운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민감한 부동산 문제를 즉흥적인 SNS로 다루는 모습은 정책 토론이 아니라, 시장을 향한 ‘협박’"이라며 "시장은 명령으로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과 신뢰로 인정되는 체계"라고 했다.
호텔 경제학에 이어서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라는 족보 없는 말을 되뇌이면서 '협박 경제학, 호통 경제학'을 전파하고 있지만 이는 국민 불안과 불신만 키울 뿐이라고 우려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부동산 불안정 문제에 관한 접근은 더 심각하다. 공급과 수요, 정책, 신뢰 등이 얽힌 매우 복잡다단한 문제이고, 대통령도 그 한계를 인정한 만큼 더욱 진중하고 전문적으로 접근하고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 있게 정책 운용을 해야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그제 개인 SNS만 4개의 글을 게시하며, 즉흥적이고 히스테릭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개탄했다.
그는 "자신 있다는 말과 다르게 오히려 조급하고 불안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자신 있다면 해내면 될 일"이라고 했다.
■ 이재명의 부동산 조바심, 문재인 소환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자신감'은 누군가를 생각나게 했다.
사실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을 잘 알더라도' 해결하기 어렵다. 대신 모르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그렇다. 이재명 대통령의 자신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본헤드 플레이'가 생각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11월 19일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면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 부동산은 안정과 거리가 멀었다. 서울 아파트 값이 폭등해 무주택자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지만, 대통령은 상황에 대한 이해부터 없었다.
그러면서 '자신있다'고 한 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두가 안다.
2020년~2021년 한국이란 나라가 생긴 이래로 역대 가장 큰 폭(가격기준)으로 집값이 뛰었다.
문 전 대통령은 2021년 11월 퇴임을 앞두고 "부동산 문제에서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드린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필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에 대한 자신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이 30번에 가까운 조치를 취했지만 부동산은 안정화 되긴 커녕 급등해 버렸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6억원 정도 하던 서울 아파트 중 20억원에 육박하는 아파트들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던 많은 무주택자들이 그를 비난하기도 했다.
주변에선 문재인 정부가 불로소득업자들의 배를 잔뜩 불리고 노동 가치를 무시해 '역대 가장 반(反)진보적인 정권이 됐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오르는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집값 급등 정책을 쓴 뒤 집 값 낮추는 정책이라고 속였기 때문에 집값이 뛰는 것은 당연했다.
정부의 세금 규제는 가격에 전가되는 게 경제학의 논리다. 또 각종 규제는 공급 위축을 불러 수급을 더욱 꼬아버리는 현상을 부를 위험도 있다.
하지만 김수현, 김상조, 김현미, 변창흠 등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가들은 경제학의 기본도 알지 못했으며, 결국 이 사회의 빈부격차는 대폭 벌어졌다.
■ 이재명 정부도, 이미 문재인처럼 집값 띄우는 정책 썼다
이재명 정부도 문재인 정부와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예컨대 서울 전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정책같은 것은 쓰면 안 되는 정책이었다.
이런 정책은 값싼 매물이 사라지게 하고, 집값에 더욱 상승 압력을 가하게 된다.
사실 필자는 10.15대책이 나온 뒤 한 지인이 '집값 하향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집값 띄우는 정책인데, 하향 안정을 기대하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라고 답한 적이 있다.
실제 10월 20일부터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이고 한 달간의 '깜깜이 기간' 뒤 확인한 서울 지역의 가격은 놀라웠다.
서울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한 달 내외의 '허가기간'이 지난 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자 한 단계 더 높아진 호가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의 문제를 다시 한번 거론해 보기로 하자.
당시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가 서울 전역을 허가구역으로 묶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후 소문이 사실로 알려지고 정책이 발효되기 전 며칠간의 유예기간에 '최후의 투자'가 달려들었다.
투자자들(혹은 투기꾼들)은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 시장에 남아있던 급매들을 서둘러 사들였다. 이러면 '가격이 낮은 매물들'부터 없어진다.
이후 깜깜이 기간 동안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작동한다.
토지거래허가를 받는 구간엔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또 허가가 나지 않으면 계약이 무효가 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선 굳이 가격을 낮춰서 팔 유인이 줄어든다.
집주인이라면 당연히 허가 확률이 높은 사람에게 비싸게 파는 길을 택할 것이다. 이 역시 호가가 내려오지 않고 올라가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토허제는 구조적으로 팔자 매물을 소멸시킨다는 점이었다.
주택을 사려는 사람은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에 전세를 끼고 집을 팔려던 집주인들은 매수자를 찾기가 난감해진다.
부동산 사무소를 열심히 들락거려 본 사람들은 알지만, 전세를 낀 매물들은 상대적으로 싸다. 왜냐하면 당장 매수해서 거주할 수 없기 때문에 할인된 가격에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토허제의 '2년 실거주 요건' 등은 매도자의 매도 의사를 꺾는 역할을 한다.
결국 시장의 싼 매물이 걷히면서 평균적인 호가가 상승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즉 토허제는 그 메카니즘 상 저가 매물 회수와 공급 감소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이제 많은 서울인들이 문재인 정부 때의 토허제 효과를 알고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문재인 정부 때의 경험칙 때문에 '토허제 지역'을 집값 상승 유망지역으로 이해하기도 했던 것이다.
■ 굳이...
문재인 정부 때는 주택 거래량은 급감하지만 집값이 폭등하는 일이 일어났다.
지금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역시 이와 비슷하다면서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물 실종으로 '거래 없이 가격만 오르는' 기현상은 한국 내수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친다.
사실 필자는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한다는 청와대, 그리고 대통령의 결정 역시 우려스럽다.
주변에선 대통령 자신이 부동산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고집만 피운다는 식의 평가도 보인다.
서울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런 말을 했다.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유예 종료, 그것도 분명 집값 더 뜨는 정책입니다. 매물을 말리는 정책입니다. 굳이 찍어 먹어보면서 똥과 된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