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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외환당국 윽박질에 달러/원 급락...채권시장이 편안함 느낄 환율 레벨은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5-12-24 14:34

자료: 24일 달러/원 환율 움직임,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24일 달러/원 환율 움직임, 출처: 코스콤 CHECK
[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한은, 기재부 등 외환당국이 지속적으로 고환율 대책을 내놓더니 이날은 외환시장 개장에 맞춰 강력한 경고장을 배달했다.

달러/원 환율은 1,480원대 중반에서 장중 30원 가까이 급락하면서 당국의 뜨거운 맛을 봤다.

급하게 달러 롱 리퀴데이션이 이뤄지면서 달러/원 레벨이 추락했다.

채권가격은 장 초반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 속에 더 밀릴 듯한 분위기였지만, 환율이 방향을 틀자 급하게 보조를 맞췄다.

■ 달러/원, 고원(高原)에 익숙해진 뒤 머리 드는 순간...당국 칼 꺼내

달러/원 환율의 23일 오후 3시30분 기준 종가는 1,483.60원이었다.

이는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8개월 반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최근 당국이 환율 하향 안정을 위한 각종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환 시장의 수급 움직임은 박스 상단을 뚫으려는 듯이 움직였다.

특히 외국인이 이틀 연속 코스피 시장에서 주식을 대거 순매수했음에도 달러/원 상승 압력은 제어되지 않았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22일 1조 1,140억원, 23일 9,543억원을 순매수했다.

이틀간 2조원 넘는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환율은 빠지지 않았으며, 24일 아침 달러/원은 1,480원대 중반 이상을 노렸다.

이날 달러/원은 개장 직후 1,484.9원을 찍은 뒤 1,490원, 1,500원을 노릴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달러/원의 52주 최고가는 1,487.6원, 최저가는 1,253.0원이었다.

달러/원이 연중 고점 수준에서 상단을 뚫고 1,500원을 향해 달릴 수 있을지, 레벨 경계감에 후퇴를 선택할 지 고민이 커지지던 상황이에서 '상단 돌파 도전'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갑자기 한국 외환당국이 등장했다.

이날 아침 외환시장 개장과 함께 외환당국이 강력한 위협구를 던졌다.

한국은행 윤경수 국제국장과 기획재정부 김재환 국제금융국장은 개장 타이밍에 맞춰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1~2주에 걸쳐 일련의 회의를 개최하고, 각 부처 및 기관별로 담당조치를 발표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정비한 과정이었음을 곧 확인하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달러/원 환율은 추락했다.

장중 달러/원은 30원 가까이 폭락했다.

■ 당국, 미국주식 하는 서학개미들에게 '돌아오라' 호소

당국은 장 초반 강력한 경고문을 내놓은 뒤 당근도 제시했다.

최근 한은과 국민연금과의 스왑 연장 등 각종 조치들이 나온 뒤 외환당국은 서학개미들에게 '돌아오라'는 메시지도 배달했다.

외환당국은 현재 한국 경제에 큰 이상이 생겼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수급 요인에 의해 환율이 고원 지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만큼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유인책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날 아침 외환 투기세력들에게 경고장을 배달한 후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Reshoring Investment Account)에 대한 세제지원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개인투자자가 전날(12월23)까지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을 매각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예: 1년간 유지)하는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에 대해 한시적(1년)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인당 일정 매도금액을 한도(예: 5,000만원)로 해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되, 복귀 시기에 따라 세액 감면 혜택을 차등 부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예컨대 2026년 1분기 복귀시 100%, 2분기 복귀시 80%, 하반기 복귀시 50%의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개인투자자가 환 헤지 정책에 동참할 경우 혜택도 부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을 신속하게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12월 23일까지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에 대해 환 헷지(선물환 매도)를 실시한 경우 양도소득세 혜택를 부여하기로 했다.

인별 환헷지 인정한도는 연평균잔액 기준으로 1억원으로 제시했다. 환헷지 상품 매입액(연평균잔액)의 5%(최대 500만원)를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계산시 추가 소득공제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보유한 해외주식을 직접 매도하지 않고도 미래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 따른 환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등 외화공급이 즉시 늘어나면서 안정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업들에게도 세제혜택 떡고물을 제시했다.

국내모기업이 해외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 조정을 위한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을 95%에서 100%로 상향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그러면서 "이번 세제 지원으로 2025년 3분기말 개인투자자 해외주식 보유잔액(국제투자대조표 기준) 1,611억불 중 상당 부분이 국내투자 등으로 전환되거나 환헷지가 이뤄지면 외화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국내투자 확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조속히 입법(조특법 의원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해외 자산의 국내 환류를 독려하기 위해 RIA와 환 헷지 세제는 2026년 1월 1일 이후 RIA 및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이 출시되는 직후부터 혜택을 부여하고, 익금불산입률 확대는 2026년 1월1일 이후 배당분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 채권시장, 환율 급락에 반사익...편안함 느낄 레벨은

채권시장에선 이날 장 초반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매도하자 금리 추가 상승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들이 엿보였다.

그 수준간 당국이 환 개입에 나서서 환율을 빼자 선물가격이 속등했다.

아울러 채권투자자들은 채권시장이 비교적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적정 환율을 가늠해 보기도 했다.

달러/원 환율은 최근 1,480원대 중반까지 급등하다가 이날 1,450원대로 급전직하한 상태다.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선 시장이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적정 환율 수준을 논하는 모습도 보였다.

A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최근 환율이 연중 고점 근처에서 놀면서 1,480원대, 1,500원을 다시 위협했기 때문에 1,450원대 정도로 낮아져야 금리 시장이 레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들이 보였다"고 전했다.

그간 환율이 고원에서 너무 오래 놀았기 때문에 고환율을 인정하는 분위기도 강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1,400원대 환율 자체를 과도하다고 보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보였다.

B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최근 환율이 1,400원 위로 오른 뒤, 1,400원대를 '인정'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채권시장이 느낄만한 환율 안전마진은 1,400원 아래 쪽"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다시 낮아질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과거 수준으로 낮아지기 위해선 한은의 금리인상, 정부의 방만한 재정정책 철회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돈 풀면서 환율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라고 했다.

C 증권사 딜러는 "일단 환율을 확실히 1,450원 아래로 빼서 1,500원과 거리두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1,450원 위에 있는 한 언제든 1,500원으로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율은 1,400원~1,420원 정도에만 갖다 놔도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본다. 1,400원 내외로 유지시키면 환율이 채권을 위협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 환율의 물가 악영향 감안한 레벨 탐색...레벨 보다 변동성이 관건이란 진단도

일반적으로 고환율은 수출기업에 유리하고 수입기업에 불리하다.

원화 돈 가치가 떨어지면 한국 물건이 잘 팔려 수출업자에게 유리하지만, 남의 나라 물건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입업자들은 죽을 쑤게 된다.

D 대기업의 재무담당 임원은 "회사들마다 환에 대한 입장이 다 다르지만, 너무 높거나 낮은 환율은 특정 기업군들을 위험에 빠뜨리기 때문에 한국경제 입장에선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개인적으로 한국 경제의 체력이나 여러 업체들의 상황을 감안할 때 1,350원 정도가 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

채권투자자들이나 통화당국 등은 한국 경제체력에 걸맞는 환율 수준 외에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E 운용사 채권매니저는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는 1,350~1,380원대가 적정환율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올해 상반기 환율 수준이 높았기 때문에 기저효과 측면에서 1,430원 수준만 되더라도 물가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와 함께 환율 레벨 자체보다 일방향 쏠림 기대를 꺾는 일 등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는 평가들도 적지 않다.

F 매니저는 "일단 레벨보다는 추세가 더 중요하다. 예컨대 환율이 일방적으로 오르지 않는다는 기대감이 먼저 생기는 중요하다. 이렇게 해야 시장성이 다시 살아난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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