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속도전'에 대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5-08-19 13:54
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와 유상대 한은 부총재
[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시 우려되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제화 단계에서 충분히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국회에 출석해 원화 스테이블코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준비없이 서둘러선 안 된다는 점도 명확히했다.
스테이블코인 도입시 생길 수 있는 문제 해결되기 전까지는 규제 수준이 높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처음부터 은행이나 소형업체들에게 무분별하게 허용을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낫다는 점도 강조했다.
■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관련해...외환규제회피·금산분리회피·통화정책영향 등 문제 해결 필요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나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법화(원화) 가치에 직접 기반하는 화폐 대용재이므로 외환규제, 금융산업구조, 통화정책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심스러워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시 예상되는 외환규제 우회와 비은행에 대한 발행 허용시 금융산업구조 개편 이슈 등 추가적인 문제가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컨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비허가형 분산원장 기반으로 발행유통될 경우 외국환은행 중심의 외환규제체계(외환거래시 신고의무 등)를 우회하는 국가 간 자금이동 수단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
또한 비은행에 대한 발행 허용은 사실상 지급결제전문 은행업을 허용해주는 것과 같다. 이 경우 기존 금산분리 원칙 완화 여부에 대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현재 한국이 유지하고 있는 제도를 상당 부분 흔들 수 있는 만큼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한은의 지적은 타당하다.
한은은 또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커졌을 때의 리스크도 고려 중이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규모가 크게 확대될 경우 통화정책 유효성이 제약되는 가운데 코인런(coin run) 등으로 인한 전통 금융시장으로의 리스크 전이 등의 부작용이 수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앙은행 정책대상 범위 밖에서 민간이 발행한 통화적 성격의 스테이블코인이 크게 늘어날 경우 통화정책을 위협할 수 있으며, 은행의 신용창출 등 자금중개기능도 약화시킬 수 있다.
■ 한은, 자본시장연구원의 코인 위해 '단기국채' 찍자는 의견 반대...통안채 활용 제고 방안 거론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전제로 단기 국고채 발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스테이블코인의 담보물은 단기국채가 될 수밖에 없으며, 스테이블코인용 단기국채가 더 필요할 것이란 지적들은 꽤 있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11일 발표한 '스테이블코인과 단기 국고채'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채권시장은 단기 국고채가 발행되고 있지 않고 경과물 국채의 경우 규모가 작고 거래가 원활하지 않아 초단기 무위험채권의 공급에 제약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이로 인해 국내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는 경우 무위험 초단기 채권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하는 데에 제약이 존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에 대한 검토에 있어 활용 가능한 준비자산을 마련하기 위해 단기 국고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어떤 시장이든 물량이 있어야 정상적으로 기능한다. 단기 국고채 시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발행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한은은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의 변동으로 국고채 수급에 불균형이 심화할 경우 단기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CD, CP 등 단기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이 저해된다"고 밝혔다.
국고채 발행 한도가 있는 상황에서 단기 국고채가 발행되면 상대적으로 중장기물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이는 단기 금리 상승과 장기 금리 하락을 야기해 통화정책 파급 경로상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은 따라서 "단기 국고채를 발행하기보다는 정례 발행되고 있는 통화안정증권을 활용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은은 "만약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에 단기채권 편입이 필요하다면 단기 국고채 발행보다는 단기물(91일물)이 정례 발행되고 있는 통안증권을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미국의 지니어스 법에서도 준비자산으로 만기 93일 이내의 채권만을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미국 사례를 보면서 한국도 단기국채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어난 데에 대해선 기본적인 경계감도 갖고 있다.
한은은 "국고채는 기본적으로 재정자금 조달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춰 발행 규모와 만기 등을 결정한다. 스테이블코인 같은 특정 시장수요를 충족시키는 용도로 단기물 발행을 고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단기 국고채 발행 증가는 차환 발행과 물량 소화 부담을 증대시켜 재정자금 조달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창용, '원화 스테이블코인' 신경 쓸 일 많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화폐의 디지털화 등에 대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을 인정한다.
화폐에 프로그램 기능을 집어넣을 필요성이나 스마트 계약 등을 위해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은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다.
이 총재는 19일 국회 기재위에 출석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서 국내 네트워크에 안 집어넣고 해외에 집어넣을 수도 있다. 이건 자본자유화에서 걱정했던 문제"라고 했다.
사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불법적인 자본 도피나 자금 유출 등은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바다.
한은은 해외에선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거래를 위해 주로 사용되지만, 한국에선 자칫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고도 본다.
따라서 가상자산법을 통해 가상자산이 육성되는 것을 보고 천천히 해도 된다는 게 한은 총재의 답변이다.
일각에선 어차피 스테이블코인 세계에선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세상을 지배할 수 밖에 없어 한국이 어쩔 수 없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도입은 하지만 상당히 정밀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큰코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전세계 스테이블 코인의 99%가 달러스테이블코인이다.
이창용 총재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많아질 때 원화스테이블로 방어하자는 주장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말"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사실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생태계를 바꾸는 문제여서 쉽게 접근하기는 어렵다. 누구에서 발행 권한을 줄 것인지 등도 문제이며, 한은은 이 과정에서부터 중앙은행의 참견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총재는 "비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통화량 줄이고 싶을 때 (은행은 지준으로 줄일 수 있지만) 비은행은 국채 담보물을 파는 문제 등이 필요해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총재는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은 먼저 은행 중심으로 발행하고 부작용 대응법을 찾아야 한다. 은행이 개방형 블록체인서 발행해 보고 정말 필요하면 비은행도 발행하는 식으로 하는 점진적 어프로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은 입장에선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 측면에서 일으킬 수 있는 유동성 교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은 준비자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통화량 영향이 달라진다. 한은이 이해당사자로 참여해 발행량 조절 등에 의견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 기재차관 출신의 여당 '스테이블코인' 예찬자 안도걸...한은 총재, 안도걸 주장에 강력 태클
여당에선 기재부 차관을 지낸 안도걸 의원이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적극적이다.
안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재정을 담당하는 2차관을 지낸 뒤 국회로 입성한 인물이다. 민주당의 경제통 의원 중 한 명이다.
안 의원은 19일 국회기획재정위원회가 한은, 기재부 등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칭송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수단으로서 압도적 효율성을 갖고 있다. 이건 피할 수 없는 흐름"면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규모가 2800억불에 달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이런 흐름을 놓치면 스테이블코인이 가진 혁신 기능을 놓치게 되고 통화주권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면서 "미국, EU, 일본, 홍콩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 했고 우리는 늦었다. 빨리해야 한다"면서 한은을 다그쳤다.
특히 한은이 걱정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안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준다고 보지 않는다. 기우에 불과하다"면서 "통화량, 발행량, 유통량 조절 권한을 (한은에) 부여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상당부분이 단기국채를 사면 그 만큼 돈이 은행에 들어간다. 코인런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다. 세계 하루 외환거래량은 7.5조불에 달하고 스테이블코인은 외환량에서 미미하다. 원화 관련 환투기가 일어나는 것은 NDF나 선물옵션시장이며, 스테이블코인이 투기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창용 총재는 안 의원의 '자신감 넘치는' 스테이블코인 옹호 발언에 반기를 들엇다.
코인런 문제와 관련해 안전자산으로 담보를 잡으면 문제 없다는 안도걸 의원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았다. 심지어 '금융시장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반대했다.
외환시장 덩치를 감안할 때 스테이블코인이 외환 쪽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란 안 의원의 인식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총재는 "외환거래는 지금 은행이 한번 거르고 돈의 용도를 확인한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 있으면 악용 기회가 생긴다. (안도걸 의원 주장처럼) 외환 거래량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스테이블코인의 통화정책 우려가 기우라는 주장에 대해선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국채를 사서 예금이 은행에 오더라도 예금 전체량 변하지 않지만, 소액예금이 기관예금으로 변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간단히 총량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이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안도걸 의원 주장과 관련해 "단순히 빨리 해야 하는 부분을 천천히 하자는 게 아니다. 안전장치를 갖추면 빨리갈 수도 있다"면서 물리적인 도입 시간보다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게 우선이란 입장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