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신동수 기자]
경력직 채용 증가가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들의 고용 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4일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들어 신입보다 업무 경험을 갖춘 경력직을 채용하려는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고용정보원이 기업들의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력직의 비중은 2009년 17.3%에서 2017년 30.9%까지 상승세를 보였고, 2021년에는 3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경력직 채용이 늘어남에 따라 취업 경험이 없는 비경력자들의 상용직 취업 확률(1.4%/월)이 경력자(2.7%/월)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한은은 "노동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의 경우 이전 취업 경험이 없는 비경력자의 비중이 높은 만큼, 경력직 채용 증가에 따른 취업 기회 제약의 영향을 타 연령층보다 크게 받아 고용률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은이 기업과 근로자 간의 탐색-매칭(search and matching) 모형을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20대와 30대 간의 상용직 고용률 격차(17%p) 중 7%p는 경력직 채용 확대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경력직에 대한 수요 감소로 첫 취업이 늦어지면서 사회초년생이 기대할 수 있는 생애 총 취업 기간이 평균적으로 2년 줄어들고, 그로 인해 생애 총 소득도 13% 하락했다.
한은은 "경력직 채용의 증가로 청년들의 취업 기회가 제약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고용률이 더욱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기업과 근로자 간의 탐색-매칭 모형에서 비경력자의 구직 노력이 30% 낮아진 경우를 시뮬레이션해 보면 20대 청년들의 고용률이 현재보다 5.4%p 낮아지면서 30대와의 격차가 1.1%p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경력직 채용 증가는 근로자의 직업관과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청년층이 경력직 채용 증가라는 노동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고 나아가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또한 임금격차, 안정성 등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함으로써, 청년들이 대기업・정규직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진입이 용이한 중소기업・비정규직에서도 경력 개발을 시작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관련 제도 개선, 중소기업의 교육・훈련 프로그램 확충 지원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정부가 중소기업에 교육・훈련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여, 해당 근로자들이 인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동수 기자 dsshin@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