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호의 채권산책] 등급하락조건 Putable Bond
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기사입력 : 2025-02-03 09:00
[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회사채 발행자가 어려워지면 신용평가등급이 먼저 하락하고, 이후 부도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등급하락 → 부도)
사전에 정한 등급 이하로 하락하면 Put Option이 가능한 채권을 “등급하락조건 Putable Bond”라고 한다.
일시적인 업황 악화로 회사채 투자자 모집이 어려울 때 발행하는 채권이다.
투자자는 부도나기 전에 상환 받고, 발행자는 업황 악화에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서 괜찮은 상품(instrument)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매우 위험한 상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업황 악화가 지속되어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만기 전에 상환할 차입금(회사채)이 증가한다. (Put Option 때문)
등급이 하락해서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워졌는데도 상환부담은 더 커져 부도위험을 가중시킨다. (업황악화 지속 → 등급하락 → 상환부담 증가 → 부도위험 가중)
신용등급이 하락한다고 부도나지는 않지만, 등급하락조건 Putable Bond를 발행한 기업의 부도위험은 상당히 높아진다.
회사채 투자자는 발행자의 선순위 이해관계인이고, 주주는 후순위 이해관계인이다.
회사가 어려울 때는 이해관계인이 회사를 도와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만기 전에 상환을 청구해서 회사를 어려움에 빠뜨린다.
2016년에 A사가 연달아 등급하락조건 Putable Bond를 발행했다.
한 번 이런 채권을 발행하면 다음 회차 투자자들도 같은 조건을 요구하게 된다.
결국 거의 모든 채권이 등급하락조건 Putable Bond로 발행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2016.9.19일, 한기평 김경무 위원이 “Market FAQs: 등급하락조건 풋옵션부 사채 발행,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을 발표한 후 발행이 중단되었다.
그 후에도 몇몇 기업이 등급하락조건 Putable Bond를 발행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어 Comment 하지 않았다.
2024.12.11일 여천NCC의 신용평가등급이 A(negative)에서 A-(negative)로 하락했다.
한기평 Rating Summary에 따르면, 2024.9.30일 기준 동사의 등급하락조건 Putable Bond 발행잔액은 1,300억원이다.
구체적으로 1 Notch Down일 경우 700억원, 2 Notch Down일 경우 600억원 조기상환 위험이 있다.
필자가 매입하고 있는 84-1회(2026.10.16일 만기), 84-2회(2027.10.15일 만기)와 동순위인 다른 채권에 등급하락조건 Put Option이 있다면 84회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전자공시의 투자설명서와 재무제표 주석에서 해당 내용을 찾을 수 없어서 Check #3000(채권발행정보), Seibro(종목상세내역)에서 전수 조사했다.
2025.1.31일 현재, 79회(2024.3.15일 발행, 2027.3.15일 만기, 5.550%, 300억원, 사모)와 80회(2024.4.5일 발행, 2027.4.5일 만기, 5.550%, 100억원, 사모)에 등급하락조건 Put Option이 있고, 등급 Trigger는 BBB+ 이다.
2024.9월말 재무상태표에 나와있는 75회(사모, 2025.7.29일 만기, 700억원), 81회(사모, 2026.5.22일 만기, 300억원), 82회(사모, 2026.6.21일 만기, 300억원), 83회(사모, 2026.7.8일 만기, 300억원)가 조기 상환되었는데, 이 채권들이 등급하락조건 Putable Bond로 추정된다.
여천NCC는 DL케미칼(50%)과 한화솔루션(50%)이 주주여서 등급하락조건 Putable Bond가 84회 회사채의 신용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채권금융기관(채권단)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79회와 80회의 만기는 84-1회보다 늦지만, 84-1회 만기 이전에 신용평가등급이 1 Notch 하락하면 79회와 80회부터 상환해야 한다.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금융투자협회가 제정한 “(표준)무보증사채 사채관리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
표준 계약서를 사용한다고 해서 회차별 Covenant(준수사항)가 동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동일할 필요도 없다.
회사채 투자자는 약간의 시간을 투자해서 회차별 Covenant를 확인하면 된다.
사채 발행잔액 7,050억원인 여천NCC는 8개의 Indenture(계약서)를 읽어보면 된다.
(표준) 무보증사채 사채관리계약서를 공모사채에서만 적용하는 것은 문제이다.
사모사채의 “사채인수계약서”는 공시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가 아니면 Covenant를 확인할 수 없다.
사모CB의 경우에는 사채의 주요 발행조건(담보, 투자자 등)을 전자공시에 공시하고, 인수계약서를 첨부하고 있다.
“등급하락조건 Put Option”은 신용위험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고려사항이므로 사모사채라도 재무상태표의 주석에 해당 내용을 기재해주면 좋겠다.
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strategy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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