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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주요국 중앙은행 '인플레와의 전쟁' 재개…한은·RBNZ 인상, RBA도 긴축 경계

김경목 기자

기사입력 : 2026-09-02 13:51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주요국 중앙은행 '인플레와의 전쟁' 재개…한은·RBNZ 인상, RBA도 긴축 경계
[뉴스콤 김경목 기자] 한국과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올리고 호주중앙은행(RBA)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글로벌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다시 물가 안정 쪽으로 기울고 있다.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공급 측 충격에 더해 일부 국가에서는 견조한 성장과 수요 측 물가 압력까지 나타나면서 중앙은행들이 완화 기조에서 벗어나거나 기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15~16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물가가 충분히 둔화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며 인하를 압박하고 있어 향후 글로벌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연준의 선택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은·RBNZ 나란히 인상…'선제적 대응'에 무게

최근 주요국 가운데 통화긴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한국과 뉴질랜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25bp 인상했다.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린 것이다.

한은의 연속 인상 배경에는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가 자리 잡고 있다.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포인트 높였고 내년 전망도 2.1%에서 2.9%로 상향했다. 2분기 성장률도 전기 대비 0.6%를 기록해 한은의 기존 예상치 0.2%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과 소득 증가가 내수로 확산하면서 수요 측 물가 압력을 자극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전체 소비자물가 전망은 올해 2.7%로 유지했지만 올해 근원물가 전망을 2.4%에서 2.5%로 높였다. 내년 근원물가 전망도 2.3%에서 2.5%로 상향했다.

금융안정 문제도 한은의 긴축 결정에 힘을 실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이 가파른 주택가격 상승세를 완화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며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도 한국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뉴질랜드중앙은행(RBNZ)은 2일 기준금리(OCR)를 2.50%에서 2.75%로 25bp 올렸다. 지난 7월 2.25%에서 2.50%로 올린 데 이어 두 차례 연속 인상이다.

RBNZ의 경우 중동 분쟁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이 통화긴축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뉴질랜드의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까지 높아졌다. RBNZ는 연료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렸지만 근원물가와 임금, 기대인플레이션 흐름을 고려하면 물가가 2027년 중반 목표 범위인 1~3%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나 브레만 RBNZ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브레만 총재는 "어느 시점에는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그 시점은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통화정책 기조도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미 단행한 인상의 효과를 평가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향후 정책이 미리 정해진 긴축 경로를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RBNZ가 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갔지만 기계적인 연속 인상보다는 경제지표에 따라 추가 긴축 여부를 판단하는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RBA는 일단 동결…그러나 '인상 카드' 유지

호주는 한국과 뉴질랜드보다는 한발 물러서 있다.

RBA는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4.35%로 동결했다. 올해 이미 세 차례 금리를 올린 만큼 긴축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기로 했다.

RBA는 단기 금융시장 금리와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호주달러도 절상됐으며 소비지출 증가세와 노동시장이 둔화하는 등 기존 금리 인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선언하지는 않았다.

RBA는 헤드라인과 절사평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지나치게 높다면서 특히 중동 분쟁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을 주요 상방 위험으로 지목했다. 기업들이 높아진 비용을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도 경계했다.

RBA는 물가 상방 위험이 현실화하면 "현금금리 목표를 추가로 인상하는 것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명시했다. 현재 금리가 다소 제약적인 수준인 만큼 일단 동결하고 데이터를 확인하되 필요하면 다시 움직이겠다는 의미다.

한국과 뉴질랜드가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섰다면 호주는 '매파적 동결'을 선택한 셈이다. 정책 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세 중앙은행 모두 물가 상방 위험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공통분모는 에너지·근원물가…경기보다 물가 위험 우선

세 중앙은행의 최근 결정에서는 몇 가지 공통된 흐름이 나타난다.

우선 중동 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RBNZ와 RBA는 이를 직접적인 물가 상방 위험으로 지목했다. 한은 역시 중동 상황을 경제 전망의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한은은 미·이란 협상이 교착돼 중동 불안이 장기화하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본 전망보다 0.4%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중앙은행들이 단순히 헤드라인 물가보다 근원물가와 2차 파급효과에 더욱 주목한다는 점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 자체는 중앙은행이 통제하기 어렵지만 기업이 비용 상승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고 이것이 임금과 기대인플레이션으로 번지면 일시적인 공급 충격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변할 수 있다.

RBNZ 내부에서도 이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브레만 총재를 포함한 4명의 위원은 에너지와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이 기업의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쳐 중기 인플레이션을 고착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은 역시 강한 성장에 따른 수요 측 압력과 누적된 비용 충격의 전이를 이유로 근원물가 전망을 높였다.

결국 최근 통화정책의 핵심은 '에너지 가격 상승을 어디까지 일시적인 충격으로 볼 것인가'에 맞춰지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공급 충격의 2차 파급 가능성을 크게 평가할수록 금리 인상 필요성도 높아지는 구조다.

이제 시선은 연준으로…워시와 트럼프의 엇갈린 메시지

이 같은 글로벌 긴축 흐름 속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이다.

워시 연준 의장은 지난달 28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를 향해 "명확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밝혔다.

단기금리가 연준의 물가와 고용이라는 양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주된 수단이라고 강조한 만큼 시장에서는 물가 둔화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오는 15~16일 FOMC에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백악관의 메시지는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워시 의장의 금리 인상 시사 발언에 대해 "나는 그를 많이 존중하고 그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미국 금리가 "너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가 세계에서 가장 낮아야 한다면서 "우리가 잘나갈 때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다. 많은 경우에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9월 FOMC는 단순한 미국의 금리 결정을 넘어 최근 나타난 글로벌 통화정책의 긴축 흐름이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까지 확산할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뉴질랜드는 이미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고 호주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중앙은행의 공통적인 고민은 에너지발 물가 충격이 근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연준 역시 비슷한 물가 위험을 확인한다면 워시 의장이 시사한 추가 긴축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 둔화에 확신을 갖고 금리를 유지한다면 미국은 이미 금리를 올리고 있는 한국·뉴질랜드와는 다른 정책 경로를 걷게 된다.

특히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경우 글로벌 채권금리와 달러에 상승 압력이 가해지면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신 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물가 안정 책무를 강조하는 워시 의장의 입장 차까지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FOMC의 관전 포인트는 금리 결정 자체뿐 아니라 연준이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에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 재경계' 흐름에 동참할지, 그리고 정치권의 인하 압박 속에서도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는 독립적인 정책 신호를 얼마나 강하게 제시할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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