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국내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두 달 연속 개선되며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회복세가 이어진 가운데 휴가철 여객 수요와 정보통신업 실적 개선 등으로 비제조업까지 반등하면서 전산업 기업심리를 끌어올렸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6년 8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8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9.6으로 전월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2년 9월 102.0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산업 CBSI는 지난 6월 하락한 뒤 7월 0.8포인트 오른 데 이어 이달까지 두 달 연속 상승했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 주요 지수를 표준화해 산출한다. 장기평균인 100을 웃돌면 기업 심리가 낙관적이고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8월 지수는 장기평균에 0.4포인트 차이로 근접했다.
박용민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지난 2022년 하반기 각국의 통화긴축과 우리나라의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경기가 전반적으로 안 좋아졌다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이 먼저 회복되는 추세"라며 "이번 달에는 비제조업도 좋아지면서 약 4년 만에 전산업 CBSI가 최고를 찍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CBSI는 103.8로 전월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 6월 107.1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제조업 CBSI는 올해 4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했다. 특히 지난 5월 100.8로 3년 9개월 만에 장기평균인 100을 넘어선 이후 넉 달 연속 기준선을 웃돌고 있다.
세부적으로 제품재고가 0.6포인트, 자금사정이 0.4포인트씩 전체 지수 상승에 기여했다.
기업 규모별 흐름은 엇갈렸다. 중소기업 CBSI는 99.8로 전월보다 2.2포인트 상승해 2023년 6월 103.2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반면 대기업은 103.7로 1.6포인트 하락했다.
수출기업 CBSI는 108.5로 1.0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 5월 114.0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내수기업은 99.4로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한은은 대기업과 내수기업의 하락을 추세적인 부진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 팀장은 대기업 심리 하락에 대해 여름 휴가철에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휴가를 더 많이 가면서 생산에 일시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초 이후 추세로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모두 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조업 가운데 전자·영상·통신장비는 인쇄회로기판 제품가격 상승과 휴가철 가동률 축소에 따른 비축재고 활용 등의 영향으로 개선됐다. 식료품도 환율 하락에 따른 수입산 식재료 가격 하락과 육가공품 등 제품 판매가격 상승에 힘입어 좋아졌다.
이달 전산업 체감경기 개선에는 비제조업의 반등도 힘을 보탰다.
비제조업 CBSI는 96.7로 전월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기준선인 100에는 못 미쳤지만 상승 폭은 제조업의 0.6포인트보다 컸다. 매출과 자금사정이 각각 0.6포인트와 0.5포인트씩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운수창고업은 해상운임 상승과 화물운송 및 휴가철 여객 수요 확대에 힘입어 개선됐다. 정보통신업도 영상·방송·IT 서비스업체의 실적 호조로 상승했다. 전문·과학·기술업에서는 건축·설계와 반도체 관련 엔지니어링 업체의 수주 확대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박 팀장은 "반도체 등 대기업의 기업심리지수도 좋았지만 비제조업이 휴가철 운송·여객 수요 확대와 방송·영화·서비스 업황 회복 등에 힘입어 더 많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기업심리가 전반적으로 회복되는 가운데 내수 부진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제조업체 가운데 경영 애로사항으로 내수 부진을 꼽은 비중은 19.0%로 전월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 전자·영상·통신장비 가운데 컴퓨터·TV 등 가전제품 생산업체와 자동차·트레일러 업체를 중심으로 내수 부진 응답이 늘었다.
비제조업에서도 내수 부진을 꼽은 비중이 19.4%로 1.0%포인트 상승해 가장 큰 경영 애로사항으로 조사됐다.
이는 반도체와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기업심리 개선과 달리 내수 부문에서는 회복의 온기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업들은 다음 달 경기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9월 전산업 CBSI 전망치는 99.6으로 전월 조사보다 3.1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 전망은 102.5로 2.0포인트, 비제조업은 97.6으로 3.9포인트 각각 올랐다.
제조업에서는 전자·영상·통신장비와 식료품, 화학물질·제품을 중심으로 전망이 개선됐다. 비제조업에서는 도소매업과 운수창고업, 예술·스포츠·여가업 등이 상승을 이끌었다.
박 팀장은 "기존에 좋았던 운수창고업과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업, 예술·스포츠·여가업의 전망이 개선됐다"며 "추석 명절 효과가 더해지면서 그동안 부진했던 도소매업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와 소비자동향지수를 합성한 8월 경제심리지수(ESI)는 99.4로 전월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 8월 100.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계절성과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도 96.9로 전월보다 0.4포인트 올라 2022년 9월 97.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전국 3천52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제조업 1천770개, 비제조업 1천400개 등 총 3천170개 기업이 응답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