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주말 '폭풍 트윗'을 하면서 호남 반도체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애를 썼다.
이 대통령은 주말 호남이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부적합하다는 주장을 차단하기 위한 논리와 주장을 계속해서 SNS에 올렸다.
대통령이 월요일(29일) 오후 2시 중대 발표를 앞두고 분위기를 다잡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반도체 입지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인수전(인력·용수·전력) 문제에서 호남이 적합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2천조대에 이를 수 있다는 단군 이래 최대 산업 프로젝트에 대해 여전히 의문의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역시 많다.
■ 대통령 "호남의 용수, 충분하다"...그러나
이 대통령은 우선 호남에도 영남이나 수도권만큼 물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27일 '호남 물 부족' 주장에 대해 "수십년간 분할지배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호남을 농업도시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농업용수 공급필요를 충족시키는 정도로 수자원을 방치해왔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첨단도시 발전에 필요한 만큼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수자원을 제대로 배치 관리하면 하루 100만톤의 산업용수 공급도 가능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1, 2위를 다투는 반도체 첨단기업 삼성과 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에 필수요소인 용수가 부족한 지역에 검토도 없이 초대규모 공장설립 계획을 할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했다.
정부가 물도 없는 지역에 공장을 짓도록 권유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 말대로 정상적인 정부라면 용수도 없는 곳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리가 없다. 하지만 용수 부족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예컨대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과 섬진강 수계의 연간 수자원 총량(약 114억 ㎥)은 수도권 한강 권역의 절반 수준(49%)에 불과하다는 우려들이 제기된다.
호남의 주요 급수원인 섬진강댐과 주암댐의 용수 계약률이 이미 100%에 육박해 신규 공업용수로 할당할 여유가 없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특히 호남 지역은 2022~2023년 극심한 가뭄으로 제한급수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따라서 단 하루도 멈추면 안 되는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기엔 기후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들도 많이 제기된 상태다.
하지만 정부(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호남 지역 7개 댐의 공급량을 상호 조절하고 배전망을 통합하는 '국가 수자원 인프라 재설계'를 통해 추가 댐 신설 없이도 물을 끌어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물의 절대량' 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불순물 없는 물인 '초순수(Ultra Pure Water) 생산·처리 시설'을 지역 내에 얼마나 신속하고 대규모로 구축하느냐도 중요하다.
■ 대통령 "전력, 호남이 최고"...그러나
대통령은 전력 역시 문제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27일 "반도체 산업엔 용수외 전력 특히 RE100 때문에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 이미 수도권은 포화상태이고 재생에너지가 가장 풍부한 곳이 바로 서남 해안"이라며 "지진 없는 안정되고 값싼 용지도 저개발 호남이 최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신재생으로 반도체 공장을 제대로 돌릴 수 없다고 우려한다.
우선 전력 생산의 간헐성과 전력 품질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다.
호남은 태양광 발전이 전체 설비의 50% 가까이, 대략 47%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낮에는 발전량이 급증하지만 밤이나 장마철에는 급감한다.
하지만 반도체 팹(Fab)은 미세한 전압 강하나 주파수 변동(1초 미만)에도 전체 웨이퍼를 폐기해야 할 만큼 일정한 품질의 전력이 24시간 균일하게 공급돼야 한다. 이러다보니 반도체 업계에선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가동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기반의 산업 생태계를 위해선 ESS가 필수적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해가 지는 야간이나 악천후 시 전력 공백을 메우려면 최소 12시간 이상 버틸 수 있는 초대형 대용량 ESS가 필수적이란 얘기다.
하지만 ESS 구축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된다. 지역 주민들의 님비 정서도 극복해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만만치 않다.
아울러 태양광 내부 배전망 포화 문제 때문에 송전선로 등 인프라를 깔아야 한다.
호남 지역은 이미 태양광 발전의 과잉 생산으로 인해 송전망이 감당하지 못해 출력을 제어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신설될 반도체 공장을 잇는 내부 배전망 및 초고압 송전망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
이 문제는 신속한 토지 보상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하지만, 말처럼 쉬운 작업이 아니어서 기약없이 공기가 늘어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사실 '현재 기술'로는 반도체 공장과 관련한 안정적인 기저 전력은 태양광이 아니라 한빛원전이다.
호남에 재생에너지가 양적으로 풍부한 것과 반도체 공장을 돌릴 수 있는 '안정적인 고품질 전력'이 있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현재 호남엔 영광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하지만 한빛원전의 설계 수명이 순차적으로 만료되고 있어 안정적인 백업 전원(원전 또는 LNG) 대책 없이 재생에너지만으로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다.
또 일각에선 호남반도체를 위해선 원전을 서둘러 더 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당장은 호남의 기저 전력을 지탱하는 한빛원전 1·2호기의 설계 수명이 만료되고 있어 수명 연장을 서두르지 않으면 클러스터 가동 시점에 심각한 전력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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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호남은 인력 등 문제 없다"...그러나
흔히 반도체 산업의 성공을 위한 3요소를 인수전, 즉 '인력·용수·전력'로 부르고 있다.
이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반도체 산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호남 반도체에 '인재가 가지 않을 위험'도 과장으로 본다.
대통령은 호남이 최적지이며, 이는 기업 CEO들의 판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말 폭풍 트윗에서 이 대통령은 "정부의 용수, 전력, 용지, 인프라, 인력양성, 정주여건 구축 등 기업환경 조성과 공직자들의 설득·요청에 따라 CEO들이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여 결단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건 직권남용이나 강요 지시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지도나 조성행정이라고 한다"면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 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행정 목표 달성을 위해 공직자들이 마땅히 해야할 책임을 다한 결과이고, 전무후무한 초대규모 지역투자 유치라는 역사적 성과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통령이 트윗에서 한 이 말 자체(행정지도)가 정부의 강요가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무튼 대통령은 "정부 최대 성과를 만들어낸 담당 공직자들, 국민과 국가에 유익한 대결단을 해 준 관계 기업인들의 사기를 고려해 자신들의 과거 행위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도 그럴 것이라 지레짐작하며 비난·비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호남 반도체'와 관련해 인력 문제 등 여러 조건들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의심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지방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만만치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반도체 고급 인력들이 지방 근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19년 2월에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로 최종 선정됐다. 당시 경북 구미가 용인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구미는 오랜기간 한국 전자산업의 메카로 기능한 도시다. 쇠락해 가는 구미는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통해 재도약을 꿈꿨다. 하지만 구미가 탈락한 주된 사유 중 하나가 '인력 확보의 한계'였다.
구미는 반도체 클러스터 선정 당시 '부지 무상 임대' 수준의 파격적인 경제적 혜택을 제시하며 배수진을 쳤지만 용인에 판정패했다.
구미는 이번에도 용수·전력 문제에서 구미가 적합하며, 땅은 거저 주거주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발표를 앞두고 있어 게임이 끝난 상황처럼 보인다.
구미가 용인에 밀려 패배할 당시 산업계에선, 구미가 풍부한 전력과 용수를 바탕으로 땅은 공짜로 준다고 해도 기업들은 핵심 인재들이 지방으로 내려가려 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는 반응도 많았다.
여전히 석·박사급 고급 인력들이 수도권에서 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호남 반도체가 한국 엘리트들이 선호하는 입지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란 평가도 많다.
■ 정부와 여당 '호남 반도체는 기업의 전략적 결단'...그러나
현재 정부와 여당은 '호남 반도체'에 대해 "기업 차원의 전략적 결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 일각과 야당 쪽에선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우선 정부와 여당은 단군 이래 최대 산업 프로젝트에 대한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오늘 3대 메가 프로젝트 보고회가 열린다. 산업지도를 새로 그린다"면서 "글로벌 대기업들의 명운이 달린 국가 프로젝트이며, 지역주의를 들먹이면서 딴지를 걸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삼성과 하이닉스의 호남반도체 투자는 철저한 경제성 분석, 시장논리, 장기안정성 검토 끝에 내린 전략적 결단"이라고 했다.
여당은 이번 역대급 산업 투자를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지역균형발전 차원으로 보기도 한다.
강득구 민주당 최고위원은 "오늘 발표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중심에 호남반도체가 있다. 국가균형발전의 대전환이 시작됐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박규환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방주도 성장, 그리고 모두의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호남, 충청 등에 반도체 클러스터 등 초대형 투자를 한다"면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참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반도체 공장 투자는 민주화에 대한 빛나는 기여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무관심의 대상이었던 호남, 그 호남에 대한 국가의 응답"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여당과 정부의 '기업의 자발적 결정'이라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의학, 공학, 경영학 등을 두루 공부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전닉스의 호남 반도체 투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직권남용' 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안 의원은 "대통령과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서 멱살 잡고 끌고, 민주당이 뒤에서 부추기니, 40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반도체 인프라가 한 지역에 뚝딱 떨어지는 형국"이라며 "도대체가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에게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에 수백조 원의 투자를 특정 지역에 하라고 하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느냐. 단연코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 예산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SOC 사업마저도 5백억 원이 넘으면 까다로운 예비타당성조사와 경제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 지자체 공모 사업 또한 전국적으로 지원서를 받아 수 단계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선정되는 법"이라며 "그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정부 재정도 아닌 민간 기업의 자본으로, 청와대가 주도해, 특정 지역을 점찍어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국정농단 재판 당시, 대통령이 대기업에 특정 재단 출연금을 제안한 사실 만으로도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공교롭게도 그때 고초를 겪었던 사람들이 바로 삼전닉스의 현 회장들"이라며 "당시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를 '정경유착'이라며 조소하고, 비난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기업의 투자는 철저히 기업 스스로가 판단해야 하며, 현재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정책실장이 보여주는 행태는 '직권남용 현행범들의 행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