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올해 들어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비중을 일부 축소하고 파생상품을 활용한 방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7일 보도했다.
최근 미국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단기 조정 가능성에 대비해 수익을 지키면서도 시장에는 남아 있으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 소재 헤지펀드인 골든호스 펀드 매니지먼트는 최근 몇 주 동안 한국 주식 익스포저를 일부 줄이고 옵션 등 파생상품을 활용한 헤지 전략을 확대했다.
이링 옹 골든호스 매니징파트너는 "최근 몇 주 동안 전체 익스포저를 다소 축소하고 파생상품을 통한 보호 전략을 강화해 왔다"며 "스페이스X를 비롯한 대형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현금을 일부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M&G 인베스트먼트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표 반도체 종목 비중을 일부 축소하는 대신 AI 공급망 내 다른 수혜 기업들로 투자 대상을 다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미국 증시에서 AI 관련 종목들이 급락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일 뉴욕 증시에서는 나스닥지수가 4% 가까이 하락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5% 넘게 급락했다. 브로드컴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한 뒤 12% 이상 폭락했고 마이크론과 AMD, ARM 등 주요 반도체주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다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의 AI 랠리가 종료됐다고 판단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의 알레시아 베라르디 신흥시장 전략 총괄은 "한국과 대만의 AI 관련 주식에서 거품을 보고 있지 않다"며 "높아진 이익 전망을 고려하면 현재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정당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8.6배로 최근 5년 평균인 10배를 밑돌고 있으며, 대만 증시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이익 증가율 전망도 연초 20% 수준에서 최근 50%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고 소개했다.
다만 외국인 자금 흐름은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한국 주식을 약 760억달러 순매도했으며 최근 한 달 동안에도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매도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흡수하고 있지만 레버리지 ETF 투자 확대와 주간 개별주식 옵션시장 성장 등으로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옵티버의 스테판 마르탱 아시아 파생상품 기관영업 총괄은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확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시장 반전 국면에서는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한국 증시의 최대 변수로 미국 통화정책을 지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가운데 일부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현재 투자자들의 관심은 한국 증시 스토리가 여전히 유효한지 여부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수익을 지키면서 어떻게 시장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