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 국제 컨퍼런스에서 신현송 한은 총재와 주요국 통화정책 관계자들이 매파적인 목소리를 냈다.
신 총재는 1일 이사벨 슈나벨 ECB 이사와의 대담을 통해 지난주 금통위에서 했던 매파적 발언을 이어갔다.
신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이미 너무 높아 중앙은행들은 한층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사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는 "ECB는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 미-이란 분쟁이 예상보다 빨리 종식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다만 가능성이 실현되지 않아서 영향이 지속되고 있으며, 유가는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통화정책가들, 스테이블코인 등 미래 화폐의 도전 만만치 않을 것
6월 1~2일 열리는 한은 국제컨퍼런스의 주제는 '중앙은행, 그리고 화폐의 미래(Central Banks and the Future of Money)다.
신 총재가 개회사를 하고 뒤이어 이사벨 슈나벨 ECB 이사가 기조 연설을 했다.
개회사와 기조연설 뒤엔 두 사람이 대담을 했다.
두 사람은 화폐와 통화 시스템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만큼 중앙은행의 역할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나 가상자산, 토큰 등이 각국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이들이 전통적인 통화정책이나 통화 시스템을 개선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
슈나벨 ECB 집행이사는 "민간 통화 혁신이 상당한 이점 제공할 수 있으나 동시에 금융 안정성 위험이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슈나벨은 "통화정책 파급효과에 영향 미치고 국제 통화질서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스테이블코인이 각종 금융거래 위험을 증폭시키고 통화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슈나벨은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단기채권 수요는 크게 강화시키는 반면 장기채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어서 일드 커브를 가파르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효과가 워낙 광범위해 정확히 그 파장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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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가들, '인플레 파이터'가 되자
BOK 컨퍼런스에 참석한 통화정책가들은 인플레이션 경계에 대한 목소리도 높였다.
우선 신현송 총재는 지난주 금통위에서 보여준 '매파적인 발언'을 다시 반복했다.
신 총재는 "미-이란 전쟁 발발 후 3개월 지났고 유가는 여전히 높다. 헤드라인 인플레 영향 속 한국에선 생활물가 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4월에 2.9%로 가파르게 올랐다"고 우려했다.
신 총재는 한국 경제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때문에 양호한 모습을 보인다면서 환율, 부동산 등이 모두 한방향(금리 인상)을 가르킨다는 목요일에 했던 발언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정책으로 인플레에 대응할 때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 수행시 경제가 약한데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얼마나 인플레에 주목해야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 한국경제는 굉장히 강건하고 산출갭이 내년에 플러스로 돌 것"이라며 "경제가 강력할 때는 감안해야 할 딜레마가 작아진다"고 했다.
한국에선 '상대적으로 편하게'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는 의미다.
그는 "한은은 현재 좀더 많은 운신의 폭을 갖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 인플레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특히 반도체 관련 수치가 명목 GDP 수치를 부풀릴 것으로 봤다. 명목 GDP 성장률 아주 클 것으로 보여, 가계와 공공부채에 상당히 유익한 효과를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신현송 총재는 유럽 역시 한국처럼 유가 충격에 영향을 받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AI 붐에 기인한 반도체 호조로 악영향이 제한됐다고 판단했다.
반면 유럽은 상대적으로 성장, 물가 모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슈나벨 ECB 이사는 "지금은 공급망 역방향 충격이 발생했다. 성장률 낮추고 인플레이션은 높이는 식의 충격이 발생한 상황"이라며 "미국과 비교할 때 유럽은 에너지 순수입국으로 훨씬 더 강한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전쟁의 따른 유럽의 성장 충격이 상당하지만, 인플레이션도 매우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슈나벨은 "여러 경제지표는 단기 기대 인플레의 빠른 상승을 보여줬다. 예상 소비심리 등을 보면 3~5년 이후 예상 인플레도 상승 흐름이고 편차는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꼬리 부문 평탄화 양상을 보였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만 "ECB는 데이터에 의존해서 정책을 판단한다. 포워드 가이던스 제시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매 회의마다 들어오는 데이터를 토대로 판단할 것"이라며 향후 경로에 대해선 언급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번 한은 컨퍼런스엔 미국에서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일본에선 나카가와 준코 통화정책 위원이 참석했다.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관건은 호르무즈가 언제 열리느냐에 달려 있다"면서도 "하지만 호르무즈가 열리더라도 인플레를 낮추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5년간 높아진 상황에서 높아진 수준을 감수해야 하느냐. 인플레를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에너지 수출국으로서 한국, 유럽에 비해 압박이 덜하지만 글로벌 임팩트로부터 격리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준코 BOJ 정책위원은 "높은 유가는 일본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다만 일본은 CPI가 2%보다 낮은데, 여기엔 정부정책 영향도 작용했다"면서 "중동 상황이 글로벌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말 중요해서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