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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김남국과 문진석의 패기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5-12-04 15:41

출처: 김남국 비서관 페이스북
출처: 김남국 비서관 페이스북
[뉴스콤 장태민 기자] 김남국 대통령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과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간의 '아름다운 문자 메시지'가 장안의 화제다.

이들은 자신들의 중앙대학교 동문을 좋은 자리에 꽂아주기 위해 힘을 합치는 우애를 과시했다.

자신들의 중앙대 동문인 홍성범씨를 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대통령실의 힘을 빌리려는 듯했다.

■ 이 시대의 '아름다운 동문들'

언론 카메라에 잡힌 이들의 메시지는 이랬다.

우선 문진석 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메시지.

"남국아 (홍성범은) 우리 중(앙)대 후배고 대통령 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고.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도 해서 회장하는데 자격은 되는 것 같은데 아우가 추천 좀 해줘봐.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것이니까 아우가 추천 좀 해줘봐."

김남국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의 정겨운 답변.

"넵 형님,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에게 추천할게요!! 홍성범 본부장님!!"

이 메시지는 지난 2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예정된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진석 원내부대표와 김남국 비서관이 텔레그렘으로 주고 받은 것이다.

■ '우리 중대 동문' KAMA 회장 꿀보직에 안히고 싶었던 이들의 우정

'진석이 형이 남국이 동생에게' 작업을 건의한 홍성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누구일까.

홍 상무는 중앙대학교 출신으로 '정치에 반쯤 발을 걸쳐놓았던' 인물이다.

홍 상무는 노무현대통령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 대통령 자문기구 제2건국위원회 공보팀 팀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소통특별위원회 위원을 거쳤다.

홍 상무가 몸담고 있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현재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경쟁력 강화, 소프트웨어 중심 산업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바빠야 하는 곳이다.

KAMA는 지난 1988년 한국자동차공업협회로 시작해 2023년 5월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등 완성차 업체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현재 큰 변화 중이며, 거친 경쟁에 직면해 있다.

현재 KAMA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와 MOU를 체결해 '모빌리티 SW'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협회(KAR)와 파트너십을 맺고 모빌리티-로봇 융합 기술 개발과 정책 제안 등에도 힘을 쓰고 있다.

KAMA 회장은 지난 2010년대 초반까지는 완성차 업체 사장이 맡았으나 이후엔 정부(산업부) 관료 출신들이 장 자리를 차지했다.

소위 '꿀보직'에 연봉이 3억원 내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좋은 자리다.

■ '대학 동아리같은 정겨운 대통령실', 민간 자리도 해먹자?

김남국 비서관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형'으로,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누나'라고 칭할 정도로 인간관계에 뛰어나다.

김 비서관은 소위 말하는 '성남 라인'도 아니지만 어느새 '현지 누나'와도 각별한 관계가 된 듯했다.

중앙대 선배이자 민주당 원내부대표인 문진석 의원이 학교 후배인 김 비서관에게 '남국아'라고 다정하게 불러 줄 정도로 김남국은 '사람사업'에 진심인 인물이다.

대통령까지 중앙 대학을 나온 마당에 중앙대 동문들끼리 서로를 배려해 주는 마음이 깊어진 것을 굳이 탓하고 싶진 않다.

그런데 이들이 청탁을 모의한 단체의 자리가 꺼림직하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민간단체다. 권력자들이 민간의 자리를 임명하려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물론 산업부 사람들이 KAMA의 장 자리를 차지해 공무원들이 놀이터로 여기는 면이 있었지만, 이런 자리에 대통령(?)의 힘까지 빌린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강훈식 실장, 김현지 제1부속실장도 중앙대 출신 대통령 밑에서 일하니 김남국 비서관이 이들도 준(準)중앙대로 보는 것일까.

강훈식 실장은 건국대학교 출신이며, 김현지 부속실장은 상명여대(현재 상명대)를 나왔다.

아무튼 이들이 대통령이 나온 중앙대의 동문을 위해 힘을 써 줄 것을 '중대 출신 권력자'들이 작전을 짠 셈이다.

■ '검소한 청년 정치인' 김남국의 변신

김남국 비서관은 한 때 검소한 젊은 정치인의 상징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김 비서관이 3만7천원짜리 구멍 난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모습 등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또 '소박하게' 햄버거 가게에서 소개팅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엄청난 반전이 일어났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 비서관은 국회 상임위 회의 중에 코인 거래를 했다.

자신이 이해관계자일 수 있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게임과 관련된 법안을 다뤄 이해충돌 논란을 빚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김 비서관은 코인 부자였다. 그가 보유한 코인이 60억원대, 전체 거래액이 1천억원에 달한다는 내용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후 김남국은 위선의 아이콘이 됐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정치인 김남국이 이렇게 정계를 떠나나 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그를 다시 기용한 것이다.

김남국은 소위 친명계의 1세대 핵심이라는 7인회의 멤버였다.

지금 법무장관을 하고 있는 정성호 의원이 이 그룹의 좌장이었으며, 김병욱·김영진·임종성·김남국·문진석·이규민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내 비주류였을 때 중앙 정치무대에 안착하도록 도왔으며,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7인회 멤버에 중앙대 동문이기도 한 김남국 비서관과 문진석 의원이 인사 청탁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 이번 사건이 다시 등장시킨 '현지 누나'...인사 시스템 지금 제대로 손 봐야

이번 사건을 통해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 대한 의구심도 재차 부상할 수 밖에 없었다.

우선 김현지 제1부속실장은 인사와 관련해 법적인 권한이 없다.

그런데 7인회 멤버들 간 청탁과 관련한 대화에서 '김현지'라는 이름이 등장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김현지 실장이 문고리 권력 아닌가 하는 세간의 의심이 다시 살아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김 실장에게 인사권과 관련한 힘이 있다면 그 힘은 김 실장이 맡고 있는 직책이 아니라, 대통령과 친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론하는 게 옳다.

비선 라인에서 인사를 추천하고 ‘끼리끼리' 해먹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일고 있으며, 6개월 밖에 안 된 정권의 미래 인사 참사의 예고편이란 우려마저 있다.

법적인 논란도 있을 수 있다.

김남국 비서관, 문진석 원내부대표의 문자 메시지엔 김현지 부속실장, 강훈식 비서실장이 등장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누군가는 직권을 남용했거나, 부정청탁금지법을 어겼을 수 있다는 주장도 보인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김남국 비서관을 경질하고 인사 문제를 다잡아야 한다.

사실 김남국은 국회 업무 중에 코인을 거래할 정도로 이미 공과 사에 대한 구분이 안 되는 정치인이었다.

한 때 깨끗한 이미지의 청년 정치인으로 잘 포장돼 있었지만, 이해충돌을 일으키면서 본분을 망각한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준 것도 실은 과도한 인사였다.

나라의 인사 시스템은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정권까지 뒤흔들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을 향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미 윤석열 정권에서 확인하지 않았는가.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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