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관세는 의회의 고유 권한”… 보수·진보 대법관 모두 신중한 태도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 세계 주요 교역국에 부과한 대규모 관세 조치의 합헌성을 심리하면서, 대통령의 비상권한 남용 여부가 새로운 헌법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 다수의 보수·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관세는 세금이며, 세금 부과는 헌법상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며 행정부의 권한 남용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무역적자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며 비상권한 행사가 정당하다고 주장했으나, 원고 측은 “IEEPA는 관세 부과 권한을 명시하지 않았고, 대통령이 임의로 세금을 조정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관세는 의회의 핵심 권한”이라고 강조했고, 닐 고서치 대법관은 “의회의 견제 기능이 무력화될 수 있다”며 행정부 권력 집중을 경계했다. 반면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과거 닉슨 대통령의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며 일부 옹호 입장을 내비쳤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중대 질문 원칙’ 적용 여부다. 이는 사회·경제적으로 중대한 정책은 의회의 명확한 위임이 있어야 행정부가 시행할 수 있다는 원칙으로, 대법원이 이를 적용할 경우 대통령의 통상정책 권한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미국 경제와 글로벌 무역 질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싱크탱크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트럼프 관세가 유지될 경우 2035년까지 약 3조달러의 세수가 늘어나지만, 위헌 판결 시 최대 7,500억달러의 환급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관세 분쟁이 아니라 대통령과 의회의 권한 경계를 가르는 헌법적 시험대”라며 “판결 결과에 따라 미국 통상정책의 방향과 글로벌 무역 질서가 재편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재판은 미국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수주 내 혹은 내년 초 최종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뿐 아니라 향후 대통령 비상권한의 범위를 규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