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3일 금통위 스탠스를 확인하면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준금리는 2.50%에서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외환, 주식 등 주변시장이 금리 인하를 지지하지 않는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큰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금리 인하를 통해 부동산 시장에 불쏘시개를 더 집어넣어 주는 일을 하긴 어렵다.
시장은 금통위 스탠스와 함께 향후 미-중 갈등 추이, 한-미 무역협상 결과 등을 확인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채선물을 대거 사면서 장을 받치기도 했던 외국인의 움직임 역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 美금리 3일 연속 레벨 하락...뉴욕 주가 하락
미국채 금리는 3일 연속 레벨을 낮췄다.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 가능성에 주식시장이 긴장한 가운데 채권시장을 레벨을 조금 더 내리면서 CPI를 대기했다. 20년물 입찰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리 하락에 힘을 실어줬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30bp 하락한 3.947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60bp 떨어진 4.530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0.90bp 하락한 3.4425%, 국채5년물은 1.55bp 떨어진 3.5505%를 나타냈다.
재무부가 실시한 130억달러 규모 추가 발행 입찰 수요는 양호했다. 입찰 수요를 나타내는 응찰률이 2.73배로 전월 2.74배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었다.
뉴욕 주가는 하락했다. 미국이 대중 소프트웨어 수출 제한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양국 무역긴장 재점화하며 시장 전반이 압박을 받았다. 넷플릭스 등이 실적 실망감에 급락하고 기술주가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34.33포인트(0.71%) 내린 4만6590.41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35.95포인트(0.53%) 낮아진 6699.40, 나스닥은 213.27포인트(0.93%) 하락한 2만2740.40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7개가 약해졌다. 산업주가 1.3%, 재량소비재주는 1% 각각 내렸다. 반면 에너지주는1.3%, 필수소비재주는 0.6% 각각 올랐다. 개별 종목 중 전일 부진한 실적을 공개한 넷플릭스가 10% 급락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도 실적 실망감에 6% 낮아졌다. 이날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앞둔 테슬라 역시 0.8% 하락했다.
달러가격은 약보합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 3일간 연일 상승한 뒤 CPI 발표를 앞두고 숨을 골랐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01% 낮아진 98.92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05% 높아진 1.1607달러, 파운드/달러는 0.08% 내린 1.3357달러를 기록했다. 영국의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았다. 전년 대비 3.8% 올라 예상치(+4.0%)를 하회했다.
달러/엔은 0.04% 오른 151.99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보합 수준인 7.1269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02%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과 달리 줄었다는 소식에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1.26달러(2.20%) 상승한 배럴당 58.50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27달러(2.07%) 오른 배럴당 62.59달러에 거래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재고가 전주보다 96만1000배럴 줄었다. 시장에서는 120만배럴 증가를 예상했다.
■ 미국의 소프트웨어 통제...중국 희토류 무기화에 대한 미국의 응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중 소프트웨어 수출 제한을 검토 중이라고 미국 매체들이 현지시간 22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소프트웨어가 포함되거나 이를 이용해 제작된 제품의 대중 수출 제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방침 등에 대응한 조치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예고한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중 수출 금지 방침을 실행에 옮기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소프트웨어가 포함됐거나 미국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생산된 전 세계 제품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11월 1일부터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새로운 수출통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최종적으로 실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이 같은 수출 제한 조치가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갈등을 한층 격화시킬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미국 매체들은 전했다. 미국 정부 내부에서도 보다 완화된 접근을 선호하는 목소리가 있어 정책 노선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소식 이후 뉴욕 주가는 하락압력을 받았다. 백악관은 이번 사안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으며 수출통제를 담당하는 상무부도 논평을 자제했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구체적인 미국의 조치에 대한 언급을 피하면서도 "미국이 일방적 장거리 관할권(long-arm jurisdiction) 조치를 부과하는 데 반대한다. 미국이 잘못된 길을 계속 간다면 중국은 정당한 권익을 지키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과의 기술·무역 교류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전자·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미치는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해당 조치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적용했던 제재와 유사한 형태로, 미국 기술 또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전 세계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 미-중, 회담 앞두고 기싸움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소프트웨어 통제를 예고했던 시점은 시진핑과의 정상회의를 3주 앞 둔 때였였다. 즉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한 다음 날이었다.
중국이 사실상 첨단기술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도 '핵심 소프트웨어'로 맞대응하는 성격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핵심 소프트웨어의 구체적 범위를 두고 미 정부 내에서도 혼선이 있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중국산 제품에 잇달아 관세를 부과했지만 대중 수출통제에 대해서는 일관되지 않은 태도를 보여왔다.
예컨대 트럼프는 한때 엔비디아의 AI칩과 칩 설계용 소프트웨어의 대중 수출을 제한했다가 이후 이를 일부 해제한 바 있다.
현재 중국산의 평균 관세율은 약 55%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인상안을 실행할 경우 최대 155%까지 치솟을 수 있다.
트럼프가 이랬다, 저랬다 하고 혼선을 주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경주 APEC까지 상황을 봐야 한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트루스소셜엔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될 것이다. 존경받는 시 주석이 잠시 안 좋은 순간을 겪었을 뿐이다. 그는 자기 나라가 불황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라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 금통위 금리동결은 거의 기정사실
미국의 9월 FOMC 이전 채권시장에선 연준의 9월 금리인하 재개 → 한은의 10월 인하 구도가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로 여겨졌다.
하지만 연준이 9월 17일 작년 12월 이후 9개월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했음에도, 한은의 금리 인하를 위한 환경을 나빠졌다.
서울 집값 상승폭 확대, 환율 고공행진, 주가의 신고가 경신 흐름 등에 금리인하 기대감은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코스콤 CHECK(2710)의 금융기관 관계자 대상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총 904명 중 752명(83.2%)이 동결을 예상했다. 금리 인하 답변은 16.6%(150명)에 그쳤다. 금리 인상 답변은 2명(0.2%)이었다.
전체적으로 한은이 양대목표 중 하나인 금융안정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국면이라는 평가가 많은 것이다.
한은 역시 부동산값을 더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란 약속을 한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0일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한은 입장에선 유동성을 늘리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 불 지피는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총재는 최근 ‘금리 인하는 한 두 달 미뤄도 경기 대응에 큰 영향이 없지만 서울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미래에 더 고생한다’는 식의 언급을 한 바도 있다.
투자자들은 10월 금리 동결 뒤 한은이 이후에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란 지적도 많았다.
■ 소수의견과 포워드 가이던스...그리고 인하 기대감 관리의 문제
금리 동결 의견이 강한 가운데 당장 소수의견이 있을지 여부, 그리고 11월 인하에 대한 얼마나 여지를 줄지 여부 등이 일단 관심을 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집비둘기처럼 온화한' 신성환 금통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낼 수 있는 것 아닌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지난 8월 28일 기준금리 동결 당시 신성환 위원은 25bp 인하를 주장했다.
당시 이창용 총재는 "신 위원이 부동산 상승이 주춤해졌고 연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아 선제 인하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9월 하순 신 위원도 다소 조심스러워졌다.
지난 9월 25일 한은이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한 가운데 신성환 위원은 "금융여건 완화 과정에서 금융불균형 재확대 가능성이 있다. 당분간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기조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10월 들어선 서울 집값 상승세가 더욱 확대됐으며, 환율은 1,400원을 훌쩍 넘는 고공행진까지 보였다. 코스피는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거침없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장에선 이 정도 분위기면 강력한 집비둘기도 목소리를 낮출 때가 아니냐는 지적도 보였다. 아울러 연내 금리 인하도 물건너 가는 중이라는 평가도 보였다.
반면 반대 쪽에선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가 예정돼 있는 점, 한은이 여전히 '금리 인하 사이클 속에 있다'고 보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소수의견이나 연내 인하 가능성 등을 열어둬야 한다고 본다.
일단 금리 동결 발표 후 나올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금통위 내부 구도를 파악한 뒤 향후 금리 추가 인하와 관련한 이창용 총재의 견해를 들어야 할 듯하다.
서울 부동산, 환율 등 금융안정 문제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총재가 어떤 강도로 시장의 기대감을 관리하려고 할지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