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작년 12월 이후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방향을 틀었다. 고용시장 둔화가 인플레이션 불안보다 더 큰 위험으로 부각되면서다.
연준은 16~17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연방기금금리(FFR) 목표범위를 4.00~4.25%로 25bp 내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이번 조정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첫 인하다.
연준은 지난해 9월 ‘빅컷’(50bp 인하)으로 인하 사이클을 시작해 11월과 12월에도 25bp씩 내렸으나, 이후 다섯 차례 회의에서 동결을 이어왔다. 시장은 이번 회의 전부터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지난달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뒤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면서 확신이 더욱 굳어졌다.
성명은 노동시장 평가를 "여전히 견조하다"에서 "고용 창출이 둔화했고 실업률은 다소 높아졌지만 여전히 낮다"로 하향했다. 인플레이션은 "상승했으며 여전히 다소 높다"고 진단했다. 또한 경제 전망과 관련해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는 표현을 새로 추가했다.
이번 25bp 인하 결정은 위원 12명 중 11명이 찬성했으며 전날 취임한 스티브 미란 이사만이 50bp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표결에서 동결 의견은 없었지만 점도표에서는 일부 참가자가 연말까지 동결을 예상했다.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안에 두 차례 추가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연말 중간값 금리 전망은 3.625%로, 기존 대비 25bp 낮춰졌다. 2026년과 2027년 말 전망치는 각각 3.375%, 3.125%로 25bp씩 하향됐다. 이 경로에 따르면 올해 총 75bp, 이후 2년간 매년마다 각각 25bp씩 추가 인하가 이어지는 셈이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를 "위험관리 차원의 인하"로 규정하며 "50bp 인하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는 없었다"며 빅컷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은 소폭 상향됐고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전망은 큰 변화가 없었다"며 "다만 노동시장 위험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이번 인하에도 불구하고 양적긴축(QT) 속도는 유지했다. 월간 상한은 미 국채 5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350억달러로 변동이 없었다. 역레포 금리와 지급준비금리(IORB)는 각각 4.00%와 4.15%로, 스탠딩 레포(SRF) 최저응찰금리와 재할인율도 4.25%로 낮춰졌다.
연준의 분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1.4%에서 1.6%로 소폭 상향됐다. 2026년과 2027년 성장률 전망은 각각 1.6%에서 1.8%로, 1.8%에서 1.9%로 높아졌다. 실업률 전망은 올해 4.5%로 유지됐으나 2026년과 2027년은 각각 4.5%에서 4.4%, 4.4%에서 4.3%로 하향됐다. 인플레이션 전망은 올해 전망치는 3.0%로 유지됐지만 내년 전망치가 2.4%에서 2.6%로 소폭 상향 조정됐다.
파월 의장은 관세가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급등을 유발하기보다는 일회성 가격 상승에 그칠 것"이라며 "노동시장이 약해졌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크게 치솟을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