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한국과 미국 당국자들이 지난 5일 이탈리아 밀라노 회의에서 환율 정책을 논의했다고 블룸버그가 14일 보도했다.
관련 소식에 원화와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달러지수가 약세폭을 확대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무역 협상에서 환율 문제를 공식 의제로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달러지수는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최지영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 지난 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기간 중 로버트 캐프로스 미국 재무부 국제차관보와 환율 관련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협의는 약 1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외환시장 운영 원칙에 대한 상호 이해를 공유하고 향후 의제 설정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실무협의가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미국 측과의 협의 사항은 보안상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협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외환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2원 오른 1420.2원에 마감했다. 다만 협의 소식이 전해진 이후 야간 장외시장에서는 달러 매도세가 집중되며 환율이 1390.8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협의가 미국의 원화 절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환율 협의 소식이 전해지며 원화 강세 기대감이 반영됐다"며 "특히 미국이 강달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당국 간 협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단스케은행의 모하마드 알 사라프 애널리스트는 "한미 당국자간 환율정책 논의 소식이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약세 기조로 기울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블룸버그는 이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무역 협상에서 환율 문제를 공식 의제로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환율 정책을 단독으로 다루고 있으며 대부분의 협상 자리에서는 통화 문제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베센트 장관은 강달러 선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인물로 지난 2월 이후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강한 달러는 미국 경제의 반영"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시장 관계자들은 달러 약세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옵션시장에서는 내년 달러에 대한 심리가 2020년 초 이후 가장 약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BBH) 전략가들은 달러 강세 랠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윈 씬과 엘리아스 하다드는 "무역긴장이 완화되면서 단기적으로 달러에 대한 상당한 역풍이 제거됐지만 미국경제에 대한 중장기적인 영향은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느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