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하버드대 교수)이 연준의 다음 움직임이 금리 인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최근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퇴조하면서 연내 동결 전망까지 대두됐지만, 연준의 다음 스텝이 인상일 것이라고 관측한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
최근엔 연내 연준의 금리인하 횟수에 대한 관점이 2번에서 1번을 향해 축소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오랜 기간 학자와 관료로서 큰 목소리를 내왔던 래리 서머스가 연준의 다음 선택지는 인상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 서머스, 연준 넘어서는 매파적 견해 피력
서머스는 11일 자신의 X에 "확률 얘기는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연준의 다음 금리 움직임이 금리인하가 아닌 금리인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서머스는 또 "아마도 지금이 2021년 정책상 오류로 인해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이후 인플레이션 상승에 가장 민감한 시기일 것"이라고 했다.
서머스는 대학교수, 레이건 정부 경제자문위원,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수석 이코노미스트, 클린턴 정부 재무장관, 하버드대 총장, 오바마 정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특히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무책임한 재정지원 등을 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당연히 금리를 더 내려서 물가를 자극해선 안 되는 시기라고 보는 것이다.
현재는 연준 관계자들도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인플레 흐름을 검토하면서 트럼프 정책 효과까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중이다.
최근 다수의 연준맨들도 '앞으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상황 변화를 보자'는 입장을 취했으며, 제롬 파월은 11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런 입장들을 종합적으로 얘기했다.
파월의 입장은 미국에선 고용 등 경제가 강하고 인플레이션은 2%를 상회하고 있어서 통화정책 완화, 즉 추가 금리 인하를 서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추가 금리 인하는 상황의 변화에 달려 있다고 했다. 경제가 강한 모습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인플레가 연준 목표인 2%를 향해 지속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는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고용시장이 예기치 않게 약화되거나 인플레가 더 빨리 둔화되면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의 경제 상황과 고용은 '전반적인 균형'이라고 했다.
이처럼 연준 관계자들이 향후 경기와 인플레 흐름을 더 보자고 하는 사이 서머스는 향후 인하는 어렵다는 쪽에 베팅한 것이다.
■ 서머스, 이창용을 국제인으로 만들어준 인물
서머스는 경제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20대에 대학교수가 될 만큼 출중한 능력을 발휘했던 인물이다.
특히 서머스는 젊은 시절부터 상아탑에만 갇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20대에 레이건 행정부 경제자문위원회에 참여할 정도로 현실경제에 대해 발언하길 좋아했으며, 이후 교수와 행정가를 번갈아 역임하면서 존재감을 알렸다.
이런 서머스는 지금의 이창용 한은 총재를 키워준 인물이다.
이창용도 서머스처럼 아버지가 대학교수였다. 이창용이 하버드에 갔을 때 젊은 30대의 서머스는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서머스는 이창용의 스승이 됐으며, 그를 국제인으로 이끌었다. 이창용은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자, 세계은행 리서치 펠로우 등으로 활약했다.
이창용은 로체스터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인 1993년 서머스, 블랑샤와 함께 'The Stock Market, Profit, And Investment'라는 논문을 쓰기도 했다.
이창용도 서머스처럼 젊은 시절에 대학교수가 된 인물이다. 이창용은 30대 초반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됐지만, 역시 서머스처럼 현실경제에 대한 참여를 놓지 않았다. 서머스처럼 강단과 현실경제 모두에 발을 걸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창용은 오랜기간 신현송과 함께 글로벌 경제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었다.
이창용은 자신의 높은 현실 참여 의지와 세계적인 이름값 덕분에 2008년 2월 금융위 초대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그는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으며 서머스의 추천 등으로 IMF 아태국장이 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차기 한은 총재로 이름을 올렸으며, 2022년 4월부터는 한국은행 총재로 일하고 있다. 서머스처럼 현실 경제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인물이다.
계엄이라는 정치 위기로 한국 경제마저 어려워지자 외국인들은 글로벌 명망가였던 이창용을 쳐다보기도 했다.
이 총재는 최근 계엄이라는 정치적 사건으로 인한 성장 둔화 만회를 위한 '적정 규모의' 조기 추경 필요성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가 금리 결정만이 아니라 재정정책,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던 이유는 역대 어떤 총재보다 현실 경제를 우선에 두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보인다.
■ 서머스는 연준 금리인하 없다...이창용은 환율도 보라
한국이 계엄사태로 인해 글로벌 경제인들의 의심을 받는 사이 이창용 총재가 꽤 역할을 했을 것이란 추론도 많다.
계엄사태 뒤 달러/원 환율이 급등한 뒤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이 총재는 내부·외부 요인을 모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상황의 상대적 관계'를 나타내는 환율과 금리 관련 메시지를 냈다.
최근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퇴조할 때 이창용은 시장에 만연한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에 흠집을 내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이달 6일 도쿄에서 외국 금융매체를 선정해 "2월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1,400원대 중반 환율을 뉴노멀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모든 금통위원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증거에 따라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며 과도한 금리 인하에 기대 억제에 나섰다. 한은이 국내외 사람들에게 한국의 돈 가치가 지나치게 의심받도록 해선 안 된다는 스탠스도 나타냈다.
당시 이 총재는 "원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에 기름을 붓고 싶지는 않다. 환율을 주시하겠지만 특정 수준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국은 현재 주력 산업에서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지분을 빼앗겼다. 중국의 물량 공세, 덤핑 등에 한국 주도 산업 전체가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사실 필자는 꽤 오래 전부터 중국의 기술 성장, 그리고 덤핑 공세에 한국의 정책가들이 너무 안일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전세계 가장 힘센 자리에 매우 까다로운 인물이 출현했다.
미국 이익을 최우선에 두면서 일부러 블러핑마저 서슴지 않은 까다로운 '현실주의자' 도널드 트럼프가 재등장한 것이다.
한국 경제 난이도는 더욱 올라가는 듯한 느낌도 드는 이 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정책 방정식이 복잡해졌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한은은 경제 체력보다 높은 금리를 이고 사는 한국경제를 위해 이달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일부에선 '혹시 모른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그리고 해외 사정을 잘 아는 이창용 총재는 내부 사정에 따른 금리 인하 필요성과 함께 환율을 거론하면서 다른 문제도 있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