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4월 은행 가계대출이 최근 들어 가장 두드러진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번주 한은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4월 은행 가계대출은 5.1조원 늘어났다.
이는 2월의 1.9조원 증가나 3월의 1.7조원 감소에서 큰폭 증가한 것이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이 3월 0.5조원에서 4월엔 4.5조원 늘면서 증가세를 견인했다.
가계대출 증가폭은 지난해 11월(5.4조원) 이후 가장 크다.
가계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주택 매매 거래량에 주로 기인한다.
■ 주택 거래량 늘어나면서 가계대출도 증가 조짐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작년 11월과 12월엔 각각 2.7만호, 2.4만호로 3만호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1월 3.1만호, 2월 3.0만호를 기록한 뒤 3월엔 3.9만호로 증가했다.
집값이 지방보다 비싼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보면 작년 11월과 12월엔 각각 0.9만호를 기록한 뒤 올해 1월과 2월엔 각각 1.2만호로 늘어났다. 이후 3월엔 1.7만호로 더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4천건을 넘어서고 기타 수도권은 1.2만건을 넘어서면서 주택 거래는 이전보다 활력을 찾고 있다.
주택 가격과 관련해선 한국부동산원은 주간 데이터에서 7주 연속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을 잡았으며, 표본이 훨씬 큰 KB는 주간상승률을 그간의 지속적인 마이너스에서 '제로'로 잡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한편 디딤돌 등 주택도시기금 정책금융은 자체 재원으로 공급되다가 4월부터 은행 재원으로 공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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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늘어날 조짐 보이는 가계대출과 금통위의 경계감
최근까지 이어졌던 가계대출 둔화 추세는 금융시장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는 부동산 PF 문제와 함께 가계대출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금리 정상화(인하) 시점을 저울질하는 상대적으로 도비시한 금통위원도 가계부채 문제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4월 금통위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내수부진 고착화를 방지하고 차입 부문의 누적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 정상화의 필요성은 높아졌으나 물가경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데다 부동산 심리와 가계부채 안정화 여부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내수 부진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더라도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부동산이 다시 뛰면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부담은 커질 수 있다.
4월 회의 당시 일부 금통위원은 "부동산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고려할 때 가계대출은 당분간 낮은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내수를 위해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하지만, 그러면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밖에 없어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서울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문재인 정부 집값 폭등 이후 각종 규제로 부동산 거래가 죽었다. 최근 거래가 좀 늘어난다고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거래가 복구되지 않았다"면서 "향후 거래가 증가해 가계부채가 늘어난다고 다시 규제한다면 이 업을 계속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한은 총재, 가계부채 관리의지 여전...부채 추이 주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속적으로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최근 둔화되고 있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더 하향 안정화시킬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코로나 시기 저금리 등으로 인해 대폭 늘었던 가계부채는 금리가 올라간 뒤 대출자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 총재는 늘어난 부채 때문에 고금리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이를 잘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이달 3일 "그동안 (저금리로) 부채를 굉장히 늘렸기 때문에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가져가서 고통을 해결하자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 문제가 되고 단기적으로 물가 문제도 될 수 있다"고 했다.
총재는 "그렇다고 물가를 잡으려고 한쪽으로 가면 금융안정 조정이 안 될 수도 있다. 정답이 있는게 아니다"라며 "데이터와 상황을 봐서 최적의 조합을 만드는 게 한은의 의무"라고 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데이터가 있는 주요국 26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2017년 90%를 약간 넘던 이 비율은 2022년 108%를 넘어섰지만 최근 지속적으로 둔화되면서 이제 두 자릿수 되돌림을 앞두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금통위에서 "가계부채 비율이 올해 1분기엔 GDP대비 100% 밑으로 내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채권시장 입장에서도 향후 가계부채가 재차 증가한다면 그다지 좋을 건 없어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한은은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만약 가계부채가 다시 크게 늘거나 아파트값이 들썩이기 시작하면 금리 인하가 더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신생아 대출 같은 게 좀 영향을 미쳤지만 부동산 시장도 좋아 보이지 않고, 집값이 다시 오를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