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중 하나인 완커(Vanke)가 채권 만기 연장에 실패하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렸다. 국유기업이 최대 주주로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완커마저 흔들리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 전반의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완커는 이날 만기가 도래한 20억위안(약 4200억원) 규모 채무의 상환 시한을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채권자 동의를 얻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완커가 함께 제시한 신용 보강과 이자 기한 준수 방안 역시 모두 부결됐다.
채권자 회의에서 세 가지 안건은 통과 요건인 90% 찬성에 미달했으며 이에 따라 해당 채권은 5영업일 이내 상환 의무가 발생했다. 사실상 단기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한 셈이다.
완커는 이달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37억위안(약 7700억원) 규모 채무에 대해서도 상환 유예를 요청한 상태다. 관련 채권자 회의는 오는 22일 열릴 예정이다.
완커는 헝다(에버그란데),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 주요 부동산 개발사들이 잇따라 디폴트에 빠진 이후에도 생존해온 몇 안 되는 대형 업체다. 최대 주주가 국유기업인 선전메트로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재무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동성 압박이 급격히 커졌다. 블룸버그는 선전메트로가 그동안 제공해온 300억위안(약 6.3조원) 이상의 주주 대출에 대해 자금 지원 조건을 강화하면서 완커의 채무 위기가 단기간에 악화됐다고 전했다.
완커의 이자부 부채 규모는 3643억위안(약 76.2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앞서 디폴트에 빠진 헝다와 비구이위안의 부채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주택 판매 부진이 재확산되며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완커의 자금난은 업계 전반의 투자 심리를 다시 흔들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당국은 최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부동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를 핵심 리스크로 지목하며 신규 공급 통제, 공실 해소, 공급 구조 조정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주문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단순한 채무 만기 연장만으로는 완커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포레스트캐피털 홍콩의 리환 공동 창립자는 “채무 연장은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며, 오히려 금융시장에 추가적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완커는 전면적인 부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