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대신증권은 9일 "주요 곡창 지대 중국이 라니냐발 폭우에 노출되기 시작해 향후 곡물 가격이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진영 연구원은 "곡물시장에 2020년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면서 이같이 예상했다.
2020년 7~9월 장강과 황하강 유역 강수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당시 산샤댐 수위는 최대 방류 조치에도 라니냐발 폭우와 긴 장마 탓에 초당 유입량이 방류량을 1.5배 이상 초과했다.
당시 곡창 지대에서 발생한 홍수는 글로벌 최대 돼지 사육국 중국의 사료 수급에 문제를 일으켜 곡물(사료용) 수입 확대로 연결됐으며 곡물 가격을 150%까지 상승(2020년 8월~2021년 5월)시킨 바 있다.
최 연구원은 "지금 다시 그 때처럼 위험하다. 2020년 중국의 돼지 사육두수는 3억 마리였지만 지금은 4억 마리로 이전보다 곡물 숏티지에 더 취약하다"면서 "산샤댐 수위는 2020년 당시와 유사한 패턴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 추세가 8월말까지 지속될 경우 가격 상방 변동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불안정한 금융시장에 더해진 곡물 수급 우려
금융시장은 현재 미국 고용지표 발표 후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VIX 인덱스는 다소 진정됐으나 여전히 2023년 3월 이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다.
최 연구원은 "고용지표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때 헷지 수단으로 금을 떠올리기 쉽지만 원자재 중 금 이외 또 다른 헷지 수단이 있다"면서 "바로 실질 GDP 성장률과 낮은 상관계수를 지닌 곡물"이라고 밝혔다.
곡물은 경기보다 기상이변에 더 민감한 실물 자산이다. 그렇기에 엘니뇨와 라니냐의 발생 여부가 중요하다.
그는 "지금 곡물은 부진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5월 잔존해 있던 엘니뇨가 미국에 안정적인 파종을 유발한 탓"이라며 "이는 자연스럽게 USDA의 수확 가이던스를 상향시키는 한편 수확 시즌에 맞춰 가격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는 라니냐 환경이다.
NOAA 측은 8~10월부터 동태평양 연안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0.5℃ 낮은 라니냐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 연구원은 "라니냐는 중국과 동남아 지역으로 향하는 무역풍의 이동 속도가 평년보다 강해질 때 발생한다"며 "이 과정에서 주요 곡창 지대인 중국으로 이동하게 된 습기는 폭우와 긴 장마를 유발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러한 조건이 갖춰지는 구간"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중국 중남부 지역은 심각한 폭우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중국 남부 장강 유역에서 시작된 폭우는 7월 들어 옥수수와 대두 산지인 동북·북부 지역으로 북상했다"면서 "기상청은 8월에도 높은 강우량을 예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6월 파종(옥수수)을 끝으로 수확에 나서야 하는 시점에 악재가 분출한 것"이라며 "지난 8월 6일 중국 정부는 동북 지역의 경작지 보호를 주문했으나 이미 강(요하) 하류의 경작지는 침수가 발생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