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이른바 'AI 속도조절론'이 부각되면서 뉴욕 주식시장에서 AI·반도체주가 급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 가까이 급락했고 SK하이닉스 ADR은 8%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AI 투자 부담 완화 기대가 반영된 알파벳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빅테크는 상승해 종목별 차별화가 뚜렷했다.
14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장보다 692.72포인트(5.86%) 급락한 1만1,131.28을 기록했다.
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3.36% 내린 210.96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5조841억달러로 줄었다.
TSMC ADR은 3.52% 하락한 418.01달러, 브로드컴은 4.77% 내린 344.72달러를 나타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5.25% 급락한 924.03달러를 기록했다. AMD는 4.40%, 인텔은 5.59% 각각 하락했다.
SK하이닉스 ADR은 7.60% 급락한 175.6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장비와 설계 관련주의 낙폭은 더욱 컸다.
ARM ADR은 9.74% 급락했고 램리서치는 8.29%, ASML ADR은 7.25%, 마벨테크놀로지는 7.32%, KLA는 6.39% 각각 떨어졌다.
코히런트(-12.78%), 테라다인(-13.30%), 아스테라랩스(-11.74%), 크레도테크놀로지(-7.89%), 글로벌파운드리(-7.26%) 등 AI·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서도 강한 매도세가 나타났다.
AI 업계 주요 인사들이 최첨단 AI 모델의 개발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은 것이 반도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AI 오용과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위험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마련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모델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도 이에 동조했고 마이크로소프트 AI 연구진은 인간이 AI보다 중요하다는 원칙을 강조한 새로운 AI 개발 지침을 공개했다.
시장은 AI 모델 개발 속도가 늦어질 경우 데이터센터와 AI 가속기 등에 대한 대규모 설비투자도 둔화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약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밀러타박의 매트 말리는 "최근 움직임으로 AI 투자수익을 실현하는 시점이 늦춰진다면 투자자들의 열기가 식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AI 개발 경쟁에 따른 대규모 자본지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는 일부 빅테크에는 오히려 매수세가 유입됐다.
알파벳은 3.22% 오른 349.39달러를 기록했고 메타는 2.71%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1.97% 올랐다.
애플은 0.24%, 아마존은 1.26% 각각 상승했다. 이에 따라 나스닥100지수는 반도체주 급락에도 0.29% 하락하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속도가 둔화할 경우 알파벳과 메타 등 대형 플랫폼 업체들의 자본지출 부담이 줄어 잉여현금흐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앱투스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와그너 주식 부문 총괄은 "설비투자(CAPEX) 집행 속도가 둔화하면 실적 증가세 역시 완만해지겠지만 잉여현금흐름(FCF)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뉴욕 3대 주가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52.09포인트(0.29%) 내린 5만2,421.20, S&P500지수는 37.00포인트(0.48%) 하락한 7,619.98을 기록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146.62포인트(0.56%) 떨어진 2만6,186.41로 마감했다.
AI 관련 우려와 함께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 상승도 위험자산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브렌트유 11월물은 1.02% 오른 배럴당 105.68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은 1.34% 상승한 101.39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5.014%까지 치솟아 202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4.93%대로 상승폭을 축소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통화정책 결정도 경계감을 높였다.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 25bp 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변동성지수(VIX)는 7.95% 오른 17.10을 기록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