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장중 가격 반등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장 후반 가격 낙폭이 재차 커지면서 시장 심리는 냉각됐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한국은 연속 금리 인상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분위기가 녹록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른 중개인은 "가격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은 마치 백약이 무효인 것과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고 풀이했다.
코스콤 CHECK(3101)에 따르면 국고3년물 25-10호 금리는 민평대비 6.7bp 오른 3.947%, 국고10년물 25-11호 수익률은 9.9bp 급등한 4.351%를 기록했다.
■ 채권시장, 美고용발 충격에 큰폭 약세
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국채선물은 전일대비 22틱 하락한 102.68. 10년 선물은 49틱 떨어진 105.61로 거래를 시작했다.
미국 고용지표 서프라이즈에 따라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강화되고 미국채 금리가 뛰자 국내 채권시장도 큰폭의 약세를 나타내면서 출발했다.
특히 달러/원 환율이 크게 뛰면서 국내 채권, 주식 등 증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고용지표가 나온 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4.10bp 오른 4.5180%, 국채2년물은 9.85bp 급등한 4.1385%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부는 5일(현지시간) 5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이 전월 대비 17만2천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8만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예상치의 두 배를 넘어서는 결과였다. 3월 비농업 고용은 기존 18만5천명에서 21만4천명으로 수정됐고, 4월 고용도 11만5천명에서 17만9천명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3~4월 고용은 기존 발표보다 총 9만3천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실업률은 4.3%로 전월과 동일했다.
특히 미국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70% 수준까지 높아면서 다른 나라 금리시장도 긴장시켰다.
채권시장이 볼 때 환율도 큰 문제였다.
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559.20원에 호가돼 서울 현물환 종가 대비 20원 이상 급등했다.
국내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1주년 기자회견을 들으면서 약세 흐름을 지속했다.
미국 고용지표 서프라이즈와 환율 급등, 재정확대 우려가 겹치면서 시장은 큰 폭의 약세를 나타냈다.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대규모 순매수했지만 금리 상승 압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초과세수 활용과 관련해 "빚 줄이는 게 최선은 아니다"라며 미래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안 그래도 취약한 채권시장의 장기 재정지출 확대 우려를 자극하면서 시장을 더욱 궁지로 몰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환율이 1,550원대로 뛰면서 금리시장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대통령 기자회견 중간에 금융당국은 외환시장 구두개입에 나섰다.
한국은행 윤경수 국제국장과 재경부 이형렬 국제금융국장은 "최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수급요인 이외에도 NDF 등 일부 투기적 외환거래가 변동성을 증대시킨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국은 강력한 경고와 함께 하늘 높이 치솟던 환율을 끌어내렸다.
채권가격은 장중 낙폭을 줄이기도 했으나 오후에 호르무즈 관련 상황이 악화된 요인 등으로 주가와 함께 낙폭을 재차 키우기도 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오후 들어 환율이 고점에서 내려오고 외국인 국채선물 매수도 이어지면서 금리 상승폭이 축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장 후반 주가가 함께 채권가격 낙폭도 재차 커지면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고 말했다.
■ 코스피 '블랙 먼데이' 맞아 8% 넘는 폭락...달러/원, 당국 개입으로 1530원대로 회귀
3시30분 기준 달러/원 환율은 4.1원 하락한 1,5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원은 시초가 1,555.20원에서 출발했으나 당국의 개입에 의해 추가 상승이 막혔다.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자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나서서 억지로 환율을 끌어내려야 했다.
국민연금 환헤지 물량 유입에 달러/원은 상승폭을 모두 반납한 채 1,530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날 달러/원은 전장 대비 16.1원 오른 1,555.2원에 출발하면서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 고용지표 호전에 따른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감 강화 등은 달러/원을 크게 띄웠다.
하지만 한은과 재경부가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 쏠림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뒤 당국은 실개입에 나섰으며, 국민연금은 선물환 매도로 레벨을 낮췄다.
코스피지수는 폭락했다.
미국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폭락으로 국내시장의 '블랙 먼데이'가 예정됐던 가운데 주식시장은 맥을 추지 못했다.
지난 5일 나스닥이 1121.53포인트(4.18%) 낮아진 2만5709.43을 나타내 1년여 만에 최악의 날을 보낸 가운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더욱 가관이었다.
미국 주요 반도체 종목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5일 10.3% 폭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 일간 낙폭이었다. 따라서 한국 주식시장의 폭락도 불가피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무려 676.18P(8.29%) 폭락한 7,484.41로 거래를 마쳤다.
미 고용 서프라이즈, 미30년 국채 장중 5% 돌파 등 해외 악재 속에 리스크 오프 심리가 확산됐다.
주말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과 이스라엘의 반격 등 중동 상황도 위험자산에 좋을 게 없었다.
한국을 찾은 젠슨황이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라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으나 가격 반등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코스피는 8% 넘는 대대적인 폭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이틀만에 1천포인트 넘게 폭락한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33,500원(10.18%) 폭락한 295,500원, SK하이닉스는 159,000원(7.68%) 빠진 1,911,000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3,73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21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한 것이지만, 최근 조 단위의 순매도와 비교할 때 이날 순매도 규모는 소액이었다.
코스닥은 91.05P(9.08%) 폭락해 911.39를 기록했다.
코스닥은 3월 4일(978.44) 이후 3달 남짓 만에 처음으로 1천선을 하회했다.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2,800억원을 순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