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중립금리는 하방압력이 있지만 당분간 과거수준으로 낮아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24일 열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하락과 통화정책'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우리나라는 실질금리가 하락하며 통화정책 여력이 제한된 상황"이라며 "중립금리에 대한 하방압력이 있지만 당분간 과거수준으로 낮아지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질금리와 중립금리의 추세가 변화한 것 뿐만 아니라 역성장 가능성도 제시하면서, 우리나라가 구조적 변화에 따른 통화정책 수행여건이 변화했음을 지적했다.
유 부총재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2010년 이후 우리나라 역성장 빈도 및 역성장 확률이 증가했다"며 "지금의 성장률을 과거 잠재성장률이 높았던 시기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대내외 구조적 여건 변화와 관련해 우선 인구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성장 잠재력이 저하됐음을 지적했다.
그는 "생산연령인구, 총인구수가 감소로 전환되며 성장잠재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경제성장에 대한 노동투입 기여도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인구구조 변화로 소비여력이 하락했다며 "소득이 낮아진 고령층 비중이 높아지며 수요기반 약화에 의한 소비 제약이 나타나고 있다"며 "총인구 감소로 2023~2024년 중 소비증가율은 평균 0.3%p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대수명 연장에 따른 예비적 저축 등으로 고령층 중심으로 전 연령층 소비성향이 하락세"라고 했다.
인구구조 변화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 관세정책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장기화 등 교역환경 변화도 구조적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유 부총재는 "2010년 이후 세계화 둔화로 인한 글로벌 상품·교역 둔화, 자국 중심의 공급망 변화가 나타났다"며 "한국은 높은 제조업 비중과 제조업 직간접 수출률로 인해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하다. 교역이 전면 중단될 시 제조업 수출의 절반, 혹은 총산출의 20%가 감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 관세정책과 보호무역주의 장기화에 우려를 드러내며 "미중 합의 이후에도 미국 평균 관세율은 높은 수준으로 우리는 자동차, 철강 등을 중심으로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미국 정책기조가 장기화 될 경우 미국으로의 생산이전이 늘어나면서 경제 및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효율적 자원배분도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며, 특히 부동산 부문 및 수도권 집중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업으로의 신용이 집중됐다. 가계자산에서의 부동산 비중이 64%로 OECD 평균인 52.9%를 크게 상회한다"며 "또한 수도권으로의 자원집중으로 인한 지역간 양극화 심화도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대내외 구조적 변화로 인해 잠재성장률은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선 물가 방향성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했다.
유 부총재는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0%에서 최근 2.0%까지 하락해서 주요국 대비 큰 하락폭을 보였다"며 "급속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및 생산성 증가율 둔화가 뚜렷하며 경제발전 단계를 감안한 잠재성장률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가 방향성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인구구조 변화는 하방압력으로 공급망 재편, 팬데믹 이후 고인플레이션 경험, 기후변화 등을 상방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관세정책은 하방요인과 상방요인이 공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경기 진폭 완화 등 경기안정 수단으로서의 통화정책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며 "높아진 경기 및 물가경로상의 불확실성 확대에 커뮤니케이션 등 통화정책 운용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