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AI주들이 국내 설 연휴기간 동안 큰 변동성에 휩싸였다.
특히 연휴 기간 AI붐을 대변하던 미국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락을 보이면서 커져 버린 미래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투자자들은 중국의 AI 기술을 다시 생각하면서 '스푸트니크 모멘트'가 찾아온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스푸트니크는 1957년 당시 소련이 미국에 앞서 인류 최초로 발사한 인공위성으로 미국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바 있다.
중국이 미국·한국의 기술 경쟁국이 된 상황에서 향후 딥시크가 어떤 추가적인 파장을 일으킬지 투자자들이 지켜보는 중이다.
기술 분야에 있어서 예상치 못한 도전자가 출현하는 일은 판을 뒤흔들 수 있다.
미국은 중국 AI 기술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석유화학 등 전통적인 수출 분야에서 이미 중국에 상당한 지분을 빼앗겼다.
■ 엔비디아, 주가 폭락 뒤 거친 변동
미국 엔비디아 주가는 24일부터 하락하더니 다음 거래일인 27일엔 16.97% 폭락했다.
딥시크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AI 문법을 다시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폭락 다음날인 28일 주가는 낙폭 과대 인식으로 8.93% 급반등했지만 의심을 완전히 되돌리진 못했다. 29일 주가는 다시 4.10% 하락하면서 우려를 이어갔으며, 30일엔 0.77% 상승했다.
딥시크가 AI 생태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강해진 24일부터 엔비디아 주가는 5거래일 동안 15.27% 급락했다.
주가는 150불 돌파를 눈앞에 두다가 124.65불로 하락한 상태다.
■ 딥시크, 찬사와 의문
이 사태가 일시적인 혼란으로 끝날지 아니면 판을 바꿀지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딥시크의 발표 뒤 벤처 투자자 마크 앤드리센은 "딥시크 R1은 내가 본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로 AI의 스푸트니크 모먼트"라고 평가했다.
상당수 기술 전문가 등도 이런 평가에 동의했으며, 중국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AI 혁명의 판을 뒤흔들 것으로 보기도 했다.
물론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도 적지 않았으며, 각종 의구심도 많았다.
AI 관련 업체들은 딥시크의 '진실'에 근접하기 위한 노력도 벌이고 있다.
오픈AI는 자사 AI 모델 딥시크 훈련에 도용됐는지를 살피고 있으며, 메타는 딥시크의 능력을 분석하기 위해 '워룸'까지 가동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지만 트럼프 정부 들어 권력까지 쥐게 된 일론 머스크는 딥시크가 미리 모은 엔비디아 고사양 칩 H100 수만개를 썼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딥시크의 원가·생산관리 혁명
딥시크는 AI 모델을 훈련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덜 정밀하지만 '실용적인'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딥시크는 알고리즘과 하드웨어를 최적화해 무수한 데이터를 긁어 모으는 작업을 보다 효율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컨대 일각에선 오픈AI의 경우 수험생이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공부하는 방식이지만, 딥시크는 뛰어난 '과외 교사'들로부터 효율적으로 정보를 취득하는 식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시험에 대비해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공부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만, 핵심 포인트를 공략하거나 뛰어난 과외교사를 영입하면 비용과 시간을 모두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딥시크로 인해 AI업계에선 최소 '원가관리의 혁신'이 일어났다면서 이 부분이 산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또 일부에선 딥시크의 충격은 첨단 칩 수요를 더 촉진할 수 밖에 없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 없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특히 딥시크 사태로 대변되는 '중국의 기술력'이 엔비디아,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AI 생태계에서 권력 이동을 촉진할 수 있어 '미중 기술 패권경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도 한다.
■ 딥시크, 트럼프노믹스 한방 먹이기...위기와 기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당시 규제 완화와 함께 AI 인프라 투자를 발표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면서 AI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띄웠다.
트럼프는 OpenAI, 오라클, 그리고 일본의 소프트뱅크를 앞세워 마가(MAGA)를 위해 큰 걸음을 내딛는다고 알렸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중국 쪽에선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을 한방 먹였다. 향후 AI 개발에 있어 최첨단 반도체가 지금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을 뿌린 것이다.
즉 딥시크라는 저비용 AI 모델의 등장이 미국의 AI 주도, 그리고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에 관한 의혹을 가중시켰다.
이제 딥시크 충격을 겪은 뒤 시장에선 'AI 과잉투자 관점'과 'AI 반도체에 대한 추가 긍정론'이 혼재돼 있다.
예컨대 한쪽에선 저비용 AI 모델의 등장으로 미국의 AI 산업 주도권이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가 '과장됐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대 쪽에선 AI 컴퓨팅 비용이 낮아지면 더 많은 기업들이 해당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서 데이터 센터와 전력 수요가 오히려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혼자만 잘 나갔던' 미국 주식시장은 안 그래도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번 딥시크 논란은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재평가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의 등장 속에 미국 낙관론이 다시 강화될지, 만만치 않은 중국 AI의 등장에 AI 생태계가 큰 변화를 맞이할지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거대한 변화 속에 제조업 강국, 반도체 등 첨단기술 강국으로 칭송 받았던 한국의 미래는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세계 3대 AI 강국을 주창했던 '기술의 한국'이 지금은 바이스탠더가 돼 버렸다는 우려도 크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