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재명 대통령, 사진출처: 청와대[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주 금요일 기자회견에서 '서울 집값 안정 의지'를 표명하자, 부동산 시장 등에서 대통령의 '부동산 무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공급과 세제 정책을 확고하고 신속히 집행해 집값 안정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선 이 말 이후 이어진 대통령의 발언을 감안할 때 대통령이 부동산에 대해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한탄이 터져나왔다.
현재 서울 집값이 급등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다 왜곡된 '부동산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 서울 집값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식의 우려도 많았다.
■ 강북 집값 급등의 원인? 우리의 대통령은 몰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강북 집값 급등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원인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들"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가장 근본적인 것은 수도권 집중"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엉터리 답을 한 것이다.
수도권 집중은 수십 년간 지속된 구조적·장기적 현상이다. 기자의 질문은 올해 서울 강북이 유독 많이 뛴 이유를 묻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부동산을 모르는 사람들이 종종 하는 속 편한 답변 '수도권 집중'이라고 답하고 말았다.
올해 서울 강북지역이나 서울 중급지, 하급지가 유독 많이 오른 것은 정책 실패와 수급 요인 때문이다.
정부의 '임차인 괴롭히기 정책'(실거주 정책은 임차인에겐 엄청난 위협이다) 효과가 제대로 발현된 데다 최근엔 수급의 풍선효과가 작용하면서 서울 중급지, 하급지 집값을 더욱 띄웠다.
강남 등 고가 주택 시장을 타깃으로 대출 규제, 보유세 강화 등 억제책을 펼치면서, 규제의 칼날을 피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저가 주택이나 강북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모든 게 다 서울로, 경기로, 인천으로 집중됐다. 지방은 도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서 "심지어는 같이 놀 친구들도 사라진다고 한다"고 답했다.
2026년 서울 중저가 아파트 폭등, 강북 집값 폭등의 사유로 '지방엔 같이 놀 친구들마저 사라진다'는 어이 없는 발언까지 등장한 모양새가 됐다.
■ 공급 부족, 윤석열·오세훈 탓하고 싶었던 대통령
대통령은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급등 이유를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시장 탓으로 돌렸다.
대통령은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허가와 착공이 절반으로 줄었다. 박원순 시장 핑계대는 분도 있더라"라며 "22년, 23년, 24년, 25년 공급이 절반으로 줄어든 게 단기적인 집값 급등 원인"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이 답변과 관련해 정비사업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2022년 주택 착공과 인허가 부족은 글로벌 금리인상과 연계돼 있었다.
2022년엔 미국이 빅스텝, 자이언트스텝 등 수십 년간 구경하지 못한 높은 강도로 금리를 올리면서 각국의 부동산 공급을 막았다.
여기에 러-우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등도 공급을 막는 원인이었다.
시공 비용이 치솟고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전국적으로 사업성이 악화돼 민간 시행사와 조합들이 스스로 착공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수도권의 공급 착시나 정비사업 정체는 단기적인 몇 년 사이의 일이 아니다.
과거 오랜 기간 누적된 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규제 등의 영향이 시간차를 두고 터져 나온 결과일 뿐이다.
건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의 정비사업 억제가 현재의 공급 부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박원순 전 시장 재임 기간(2012년~2020년) 동안 서울시 내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389곳이 직권 또는 절차를 통해 해제됐다.
잠재적으로 공급될 수 있었던 주택 물량 중 상당수(30만~43만호 추정)가 시장에서 사라졌거나 사업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주거 환경 개선이 시급했던 강북과 구도심 지역의 정비 예정지들이 대거 타격을 입었다.
안타깝게도 박원순 전 시장은 농경시대의 유토피아적 낭만을 버리지 못한 인물이었다.
박 전 시장은 대규모 철거형 재개발 대신 '도시재생'과 보존을 시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은 뒤 재개발·재건축 조합 설립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또 층수 제한('박원순 룰'로 통했던 35층 제한)과 각종 규제를 적용해 민간 정비사업을 사실상 억제하거나 지연시켰다.
주택정비사업은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2010년대 중후반에 씨를 말려놓은 결과 공급은 더욱 어려워졌다.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박원순 시장 시절 정비구역을 해제하고 착공 기반을 훼손한 결과 2020년대 들어 '공급 절벽'이 한층 심해졌다고 보고 있다.
정비사업은 변수가 많아 구역마다 다르지만, 조합 설립부터 입주까지 통상 10년 내외가 걸리는 긴 프로젝트다.
공인중개사 시험 부동산 공법 교재 등을 토대로 살펴보면, 1단계 구역지정 2~4년, 2단계 조합설립 1~2년, 사업시행인가 1~2년, 관리처분인가 1~2년, 이주 및 철거 1~2년, 착공 및 준공 3~4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무튼 우리의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실책에서 집값 급등의 사유를 찾을 마음이 없는 듯했다.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공급이 줄어든 때에 (오세훈) 토허제를 풀어서 집값이 폭등했다. 부동산 신화는 강남 인근이 끌어간다. 여러 가지가 (집값 급등) 원인"이라며 남탓을 했다.
■ 대통령의 무신경한 '평탄화' 발언
대통령은 놀라운 발언도 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강남 집값이 떨어져서 하락(세)이 확대되고 있다.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대목에서 귀를 의심했다.
올해 서울 중급지, 하급지 아파트 급등은 강남 집값이 떨어져서 균형이 맞춰지는 '자연스러운 가격 하향 안정화(평탄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정부가 강남을 누르자 그에 따른 풍선효과로 외곽 중저가 아파트 가격과 전·월세 가격 급등이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서민들이 그나마 욕심내 볼 수 있었던 서울 중하급지 아파트 매매와 전세도 평균 10% 이상이 올랐다.
이 정부 출범 뒤 서울 주거비의 하한선이 최소 10% 이상 오른 것이다.
사실 3년전 30억, 40억 하던 강남 아파트가 60억, 70억으로 뛴 뒤 이 아파트 가격이 최근 55억원, 65억원으로 떨어지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남의 일'이다.
어차피 강남 아파트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 그림의 떡이다.
문제가 되는 건 서울 최상급지가 아닌 중급지, 하급지 아파트 가격 급등이다.
예컨대 신도림태영타운아파트 전용면적 84.87㎡는 작년엔 10억이면 살수 있었지만, 지금은 14억~15억원을 줘야 한다.
이 아파트는 곧 국토장관이 될 홍지선 후보가 작년에 샀던 곳이다.
부자가 아니라면 홍지선 후보처럼 '미래를 보는 안목'이라도 있어야 서울에서 쫓겨나지 않고 살 수 있다.
이 정부의 차기 부동산 정책 수장 자신은 주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뒤, 다른 사람은 올라오지 못하게 사다리를 걷어차버린 것이다.
■ 대통령의 전세 '사라져야 한다' 발언 논란
대통령의 전세 제도에 대한 발언도 큰 비판을 받았다.
기자 회견 도중 전세제도가 사라져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대통령은 '가치 판단을 한 바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은 "전세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 내가 언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은 올해 6월 8일 취임 1주년 회견에서 전세제도에 대한 소신을 밝혀 큰 관심을 끈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전세는 전 세계에 없고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이한 금융 기법이자 일종의 사금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전세가 유리한 측면이 있었으나 시장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으며, 결국은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가지 않을까 싶다"면서 자연스러운 소멸을 예상했다.
또 전세대출이 과도하게 공급됐던 것이 과거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 중 하나였다고 했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 발언의 '문맥'을 읽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통령이 전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전세는 월세와 자가 사이에 놓인 중간 다리였다.
전세는 오랜 기간 한국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했다.
한국에선 전세와 월세가 경쟁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의 임차인들은 다른 주요국보다 훨씬 싼 임대료를 내고 살 수 있었다.
2년 전 미국에서 대학교수를 하는 필자의 한 지인이 "LA같은 데서 한국의 괜찮은 20평대 아파트에 살려면 최소 700만원, 800만원 정도는 줘야 할 것 같다. 서울에 전세를 사는 한국 사람들은 정말 해피한 사람들"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또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 아파트 월세 300, 400만원 전망을 헛소리라고 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 변두리 20평대 아파트에서도 월세 300만원을 넘은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통령은 전세 소멸을 예상했다고 하지만, 사실 스스로 전세를 없애는 정책을 강화했다.
실거주 강화정책, 토허제 확대 등이 곧 전세 소멸과 동전의 양면이었다. 그 덕분에 월세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정부가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명목으로 도입한 규제들이 실은 임차인을 겨냥한 날카로운 칼이었다.
이런 규제들은 전세 제도의 기반을 뒤흔들며 시장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 부동산에 대해 무지하면 가질 수 있는 자신감
18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집값 안정을 자신했다.
집값 하락 요인이 꽤 있다는 식의 언급을 하면서 정부정책을 신뢰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경제정책을 잘 했기 때문에 집값이 급등한 측면이 있다는 부분도 말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대통령은 "갑자기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진 것도 (집값 급등) 원인"이라며 "최근엔 유동성이 늘어나 영향을 미쳤다. 2분기가 명목성장률이 20%를 넘어 1970년대 고도성장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고 했다.
사실 반도체 초호황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직원들에게 상상하기 힘든 성과급이 뿌려지는 가운데 이런 유동성이 동탄 등 주요 지역의 집값을 자극한 것도 사실이었다.
또 이런 유동성은 서울 수요를 추가적으로 자극하는 요인도 될 수 있다.
대통령은 자신이 경제정책을 잘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집값 상승 압력과 함께 '금리라는 부동산 최대의 위험요인'도 강조했다.
대통령은 "앞으로 금리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명목) 연간 성장이 18%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내년에도 성장이 지속될 것이며, 이러면 금리 부담 늘 것"이라고 했다.
사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도 기준금리 추가인상에 따른 '고금리'가 집값을 제어할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는 평가도 보인다.
이미 2022년 금리 폭등으로 집값 하락을 경험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많다. 지금은 2022년 당시처럼 금리를 '폭력적으로' 올리는 시대라고 부를 수 없다.
사람들도 어느 정도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대비해 왔다. 또 시장금리는 정책금리 추가 인상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
특히 금리가 좀 높더라도 '좋은 입지'에 주택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사실 지금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주택 공급 부족, 인플레이션 헤지 심리, 소득 및 경제 성장률 상승이 금리 위험을 뛰어넘어 집값을 더 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금리 추가 인상 위협을 압도해 집값 상승을 계속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은 '할 수 있다, 집값 잡을 수 있다'를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급을 최대한 늘릴 것"이라며 "총리실에서 매일 체크하고 있으며, 내가 일주일마다 보고를 받는다. 조만간 자료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부동산 공화국 벗어나는 게 이 정부 중심 과제"라며 "다들 하려고 하다가 안 됐다. 이 정부는 한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