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및 폴란드 이후 유럽향 신규 수주 부재로 인해 방위산업에 대한 관심도 소폭 하락했으나, 하반기 중 폴란드향 2차 계약을 계기로 반전을 전망.
유럽은 10년 이상의 방위비 지출 비중 축소로 인해 현재 생산설비 부족현상 겪는 중으로 추가적인 역외 조달이 불가피. 국내 방산업체들에게 기회
전쟁이 끝난 후에도 러시아는 구 소련권 국가에 대한 장악력 높이려는 시도 이어갈 가능성 높으며, 동시에 결속력이 약해진 EU는 연합보다는 개별 국가 차원의 국방력 확보에 초점
■ 유럽이 견인한 국내 방위산업 성장
2022년 7월, 대한민국은 이례적인 규모의 폴란드향 방산수출 계약을 체결, 연평균 30억달러 규모를 유지해오던 방산수출은 173억달러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 중 폴란드의 기여분은 총 124억달러로 세부내용은 다음과 같다. K-2전차(34억달러) / K-9자주포(24억달러) / FA-50(30억달러) / 천무(36억달러).
2018년부터 연간 방산수출 수주액은 꾸준히 성장해왔고, 이를 증명하듯 지난 5년간 글로벌 주요 방산수출국 중 수출량 성장률 1위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기간 글로벌 방산 수출 점유율은 2.4%로 9위를 차지, 현 정부는 이를 5%대로 높여 점유율 4위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국내 방산기업들의 유럽 진출
폴란드와의 계약은 규모 측면에서도 우수하지만, 국내 기업들에게 있어 유럽이라는 신시장 확보에 있어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방산수출은 기존 완제품 인도 중심에서 패키지 제공 형태로 변화, 도입국과 파트너십 관계를 형성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K-2와 K-9은 2026년부터 폴란드 현지에서 라이선스 생산이 일부 예정되어 있으며 1차 계약 이후에 후속사업으로 천무 도입이 결정되었다. K-808백호 차륜형 장갑차는 공동개발이 예상되며, 추가적으로 2026년에 개발이 완료될 국산 전투기 KF-21의 블록2 개발에도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폴란드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쌓은 긍정적인 레퍼런스는 향후 주변국들로의 계약 확산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추가적으로 라이선스 생산의 경험을 바탕으로 폴란드 내 생산설비를 활용하여 유럽 내 추가적인 수출국이 확보될 경우, 운송비 절감 및 빠른 인도의 장점이 예상된다.
■ 방위산업의 신시장 유럽, 왜 우리에게 기회가 있을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7년만에 외교정책을 개정했다. 기존 2016년의 외교정책이 NATO, EU 및 개별 서방 국가와의 긴밀한 협력 전망을 제시했던 것과 반대로 이번 개정에서는 서구권, 특히 미국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표출했다. 또한 과거 소련 시절에 사용했던 공격적인 단어들을 재사용하며 우크라이나에 더해발트 3국 및 조지아 등 기존 소련권 국가들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러한 분위기 변화를 가장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지역은 유럽으로, 유로존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해왔던 국방비 지출 비중을 다시 높이고 있다. 특히 동/북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및 벨라루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예산 편성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동/북유럽의 무기 수입량이 크게 증가하여 유럽의 연간 무기 수입량 증가를 견인했다.
유럽은 10년 이상 이어져 온 국방지출 비중 축소로 인한 무기/방산물자의 낮은 재고 수준 그리고 생산설비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따라서, 현재 생산설비로는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는 무기의 보충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EU는 방위 측면에서 투자 격차(Defense Investment Gap)가 발생했음을 인정, 뒤늦게 연합차원에서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나 필요로 하는 시점에 해당 수준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무기수요가 지상무기 중심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가장 큰 역할이 부각되는 국가는 바로 독일이다. 그러나, 최근 유출된 독일군의 보고자료에 의하면 현재 군사장비 확보가 어려워 NATO에게 2027년까지 편성, 제공하기로 약속했던 2개의 기계화사단 달성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또한
2018년에 헝가리가 주문한 44대의 레오파르트 탱크는 현재 한 대도 인도가 되지 않은 점이 확인된다. 따라서 실질적인 무기 보충 수요가 존재하는 국가는 역외 조달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낄 가능성이 높고, 이에 국내 방산기업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생산설비 부족은 무기뿐만 아니라 포탄 부분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및 미국에게서 지원받은 155mm 포탄 재고를 대부분 소진한 상황이나, 지원국들의 생산설비 부족으로 적극적인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미국은 연간 17만발, 유럽은 연간 30만발의 생산설비를 보유, 탄약 생산설비 확보 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시점과 시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실적인 방법은 포탄 재고를 보유한 국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민국은 자주포 운용대수 글로벌 2위 국가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살상무기지원 불가 원칙 존재하지만, 미국을 통해 우회 공여된 점이 확인되었기에 향후 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 신냉전의 심화부터 시작되는 대규모 방위투자
러시아라는 공공의 적이 등장했음에도 불구, EU 내부의 균열이 관측되고 있다. 최근 유출된 펜타곤의 문건에서 헝가리가 미국을 3대 적대국으로 언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헝가리 총리는 기존에도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수입 축소 및 우크라이나향 무기 지원 방안에 거부감을 표현한 바 있다. 최근 중국은 헝가리를 유럽 진출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고, 이를 의식한 헝가리는 러-중 파트너십에 힘을 실어주어 자국의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의도가 파악된다. 또한 그리스까지 이번 러시아 제재에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유럽 내부의 균열로 인해 ‘서구권 Vs. 중-러’ 구도의 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EU의 결속력이 약해진다면 각 국가는 기존처럼 공동의 안보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힘쓰기보다 개별적인 국방력 확보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국방력 확보는 연합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 대비 규모가 크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GDP 대비 방위지출 비중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되며, 곧 도래할 대규모의 방위투자 사이클에서 국내 방산기업들에게 다수의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