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메리츠증권은 31일 "AI가 시장의 핵심 주제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제약/바이오 시장에도 변화가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진우 연구원은 "2020년 전후 Nvidia, Tesla가 시가총액 상위 20위권에 랭크 된 이후 꾸준히 순위를 높이고 있고 현재 Nvidia 시가총액 6위까지 올라섰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런 가운데 작년 시가총액 상위 20위권에 새롭게 진입한 이후 올해 10위권으로 진입한 기업은 비만치료제 기업으로 유명해진 Eli Lilly라는 점도 눈여겨 볼 것을 조언했다.
IT 버블 시기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은 기술에 기반한 성장 기업의 속성을 이해하는 게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단기적인 성장 기업은 항상 존재하지만 장기간 시장보다 높은 성장 성과를 가져다 준 기업은 매우 드물다"면서 "2000년 당시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술주 중 지난 20년간 이 조건을 충족한 기업은 단 2개뿐"이라고 했다.
Microsoft와 Amazon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IT버블 이후 10년은 보면 Amazon이 유일하다. 지금의 기술 기업의 대표주자를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라며 "Nvidia, Tesla는 결국 미국의 시가총액 선두 그룹으로 나설 수 있는 잠재력이 유력한 기업이지만, 장기간 그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성장성의 훼손 징후가 있는지, 새로운 후보군이 진입했다면 면밀하게 분석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의 대표 기업의 시가총액 순위 변화를 보면 장기 성장 기업의 후보군을 엿볼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산업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기록했다면 시가총액 상위 랭킹에 진입한 이후 서서히 쇠퇴해 나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CISCO 스터디하면 NVIDIA의 미래가 보인다
주가는 ‘기업실적’와 ‘밸류에이션’의 함수다.
기업실적은 추정의 영역으로 오차가 크지 않지만, 밸류에이션은 대중의 심리이자 평가이기에 편차가 크다.
이 연구원은 "새로운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일수록 대중의 평가는 더욱 호의적이다. 지금은 기술의 고도화(AI)가 시작됐고 밸류에이션 평가의 주도권은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바뀌었다"면서 "요즘 유독 주가 흐름이 거칠고 빠르게 이뤄지는 이유"라고 밝혔다.
반면 타이밍 예측은 더욱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는 "기술 기업에 있어 실적은 단기 주가 예측에 도움이 되지 않기도 한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매출과 이익(현금흐름)은 5배 이상 늘어났지만 해당 기업의 주가는 이제 본전 수준인 기업들이 있다"면서 "2000년 IT버블 붕괴를 감안해도 펀더멘털은 매우 양호했다"고 지적했다.
2000년 한해를 제외하고는 적자를 본 적이 없을 정도인 기업의 주가가 20년만에 고점을 회복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이런 일은 2000년 IT버블 당시의 과도한 주가 상승이 주된 원인이지만, 꾸준한 실적 개선에도 주가의 빠른 회복에 제동이 걸린 데에는 밸류에이션 팽창을 막는 다른 원인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고 했다.
이런 기업의 대표주자는 IT버블 당시 가장 인기있었던 Cisco라고 밝혔다. 시스코는 당시 NASDAQ 100 중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다.
당시 시스코 인기의 비결은 ‘인터넷’의 핵심적인 부품을 생산하는 독보적인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Cisco ‘라우터’와 ‘스위치’가 대표적 제품이다.
이 연구원은 "당시 시스코의 라우터와 스위치는 마치 지금의 AI Boom에 있어 Nvidia 칩이 단순 게임용 GPU를 넘어 AI Computing의 핵심제품으로 자리 잡은 것과 같다"면서 "그 때도 공급은 타이트 한데 수요는 넘쳐났다"고 상기했다.
인터넷 붐의 기술 선도 기업 Cisco의 교훈은 ‘재고(Inventory)’와 ‘수요’의 중요성을 알려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스코는 1999년부터 문제가 조금씩 관찰됐다.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면서 "1996~1999년 40~50일 정도의 재고 일수가 2000~2002년 50~70일로 상승했고, 재고소진 속도도 빠르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규모 재고상각(ex. 재고평가손실)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1990년 중후반의 인터넷 전성기 동안 네트워크 장비 주문을 맞추기 위해 대량으로 재고를 쌓았지만 수요가 따라 주지 못한 탓이라고 밝혔다. 즉 공급과잉이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그간 압도적인 기술 우위와 성장성을 보였던 Cisco의 재고 급증은 당장의 실적보다는 인터넷 산업의 성장성 약화로 해석될 수 밖에 없었다"면서 "높은 성장성을 기반한 고멀티플도 정당화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주가 복원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라는 것이다.
그는 "당시 시스코 균열의 징후는 조금씩 감지됐다. 주요 고객 및 관련 원재료 업체들의 실적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면서 "통신 업체인 AT&T는 1999년 8월부터 실적 정체가, Intel은 2000년 9월부터 실적 전망의 하향 조정이 시작됐다"고 했다.
Cisco는 그로부터 4개월 뒤인 2001년초부터 실적 하향 조정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Cisco 제품 원재료의 70% 이상을 구성하는 것은 메모리 제품(DRAM, SRAM)이다.
그는 "Intel의 실적 전망 하향은 인터넷 장비의 수요 둔화를 암시한 위험신호였던 셈이다. 주요 고객들의 수요 둔화 속 나홀로 실적 호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돌이켜보면 IT H/W 관련 기술 선도 기업이라면 초기에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지만 시간이 지난 뒤 수요 둔화가 시작되면 성장성 훼손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의미"라며 "그런 맥락에서 ‘재고’는 IT H/W 기업에게 표면적인 기업실적 이면으로 확인해야 할 지표이고, 주요 고객사들의 펀더멘털(ex. 수요) 또한 중요한 인디케이터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억을 바탕으로 지금 AI Boom의 핵심 업체인 Nvidia에 접근해 볼 것을 제안했다.
엔비디아의 위치가 어느 지점일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엔비디아 주가는 과거 Cisco 수준, 재고 및 수요 둔화는 아직 이른 단계"라고 평가했다.
요즘 IT버블 당시의 Cisco와 Nvidia랑 비교하는 시각이 많아진 이유는 기술핵심부품 업체로서의 지위, 그리고 높은 주가 레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후자의 경우 PSR(주가매출비율) 기준으로 유사한 수준에 있다.
Nvidia의 12개월 예상 매출액 대비 주가는 20배 전후를 기록 중이다. 과거 IT버블 당시 Cisco는 25배가 최고점이었다.
이 연구원은 "모든 조건이 유사하다면 주가의 체감 레벨은 비슷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Nvidia가 과거 Cisco과 다른 점은 1990년 중반부터 후반까지 수년간 매출성장을 보였던 것과는 다르게 AI Boom은 불과 2개 분기(올해 상반기) 동안 일어난 일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게임과 데이터센터로 양분된 제품 매출을 보였다면 지금은 데이터센터 내 AI 수요 급증에 따른 수혜를 보고 있다"면서 "그리고 인터넷의 경우 인프라 확장에 물리적인 시간이 상당기간 필요했다면 AI는 이미 네트워크는 구축돼 있는 상황이라 확장성과 확산 속도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과거 Cisco가 겪었던 ‘재고 급증’과 ‘고객 수요 둔화’가 단기간에 발생할 확률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시장 예상과는 다르게 재고가 빠르게 쌓이거나 고객사들의 실적 둔화 조짐은 경계해야 한다"며 "AI Boom이 아직은 시작 단계이고 수요보다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 구도가 형성되는 시기"라고 밝혔다.
지금은 기대가 조금 앞설 수 있고, 그에 따른 주가 조정이 진행되더라도 추세적인 조정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오히려 앞으로 남은 것은 공급자 주도의 AI Boom이 본격적으로 개화된 이후 수요 둔화 사이클을 확인하는 일"이라며 "현재 Nvidia의 전반적인 재고 수준은 매우 높다. 의아할 수 있지만 AI향 관련 제품 보다 게임과 관련된 GPU 재고 문제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AI향 매출이 폭발적이라면 재고는 줄어들고, 재고회전율은 높아져야 한다.
그는 "수요 측면에서 고객사들의 실적은 점진적으로 개선 중이다. 데이터센터 및 AI 주도권을 높고 경쟁하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과 같은 기업의 실적 전망이 저점은 확인한 모양새"라며 "하지만 확연한 개선세라고 보기도 힘들다"고 평가했다.
Nvidia의 잠재력은 월등하지만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퍼즐이 더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은 이른 시기지만 AI Boom의 종료는 Cisco처럼 오히려 인텔이나 주요 고객들의 수요 둔화의 힌트를 줄 수도 있다"면서 "지금은 Nvidia가 국내 부품업체(ex. HBM)에게 모멘텀을 주고 있는 반면 수요 둔화기에는 오히려 부품업체가 인디케이터가 될 수 있을 듯 하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