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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유가 100불 시대..통화긴축 완화 기대와 인플레로 인한 한계

장태민 기자

기사입력 : 2022-03-02 11:12

자료: 국제유가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국제유가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뉴스콤 장태민 기자]
달러 대비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폭락하는 등 글로벌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유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져 국제유가는 100불을 넘어섰다.

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7.69달러(8.03%) 높아진 배럴당 103.41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7달러(7.15%) 오른 배럴당 104.97달러에 거래됐다.

WTI는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왔으며, 브렌트유도 2014년 8월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에 대한 우려가 증폭돼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동시에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 우려는 걷히지 않아 향후 불확실성이 상당하다는 평가 역시 적지 않다.

■ 놀라운 글로벌 금리 폭락와 통화긴축 속도 완화 기대

이틀 동안 미국과 유럽 금리는 일제히 폭락했다.

최근까지 2% 저울질하던 美10년 금리는 1.7%대 초반으로 급락했으며, 영국 금리는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간 3월 FOMC를 두고 시장이 25bp, 50bp 사이에서 고심했던 가운데 일단 50bp 인상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일 10.26bp 급락한 1.7233%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이 반영하지 않은 28일에도 14.10bp 급락해 이틀간 24.36bp 폭락했다.

미국 10년 금리는 4영업일 전인 23일 1.9955%를 기록하면서 2% 상향 돌파가 당연시 되는 듯했으나, 양상이 완전히 변해버린 것이다.

미국채2년물 수익률은 28일 14.34bp, 1일 8.37bp 급락해 1.3446%로 하락했다. 연중 7회도 인상이 가능하다는 심리가 4~5회 수준으로 빠르게 하향 조정되는 등 금리인상 기대감이 후퇴한 영향이다.

유럽 쪽 금리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독일 국채10년물 금리는 28일 9.60bp 급락한 데 이어 1일엔 20.71bp나 폭락했다. 분트채 금리는 지난 1월 31일 0.0109%를 기록하면서 '플러스'로 반전한 뒤 줄곧 플러스를 유지했으나 1일엔 -0.0775%로 급락해버렸다.

영국 금리는 28일 8.35bp, 1일 29.06bp 폭락해 0.9907%로 1%를 밑돌았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레벨이었다.

■ 금리인상 기대 완화와 글로벌 금리 추가강세 룸

글로벌 시장금리 움직임에서 보듯이 당장 각국 중앙은행이 정책 정상화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감이 강화돼 있다.

이에 따라 우선 금리가 추가로 강해질 룸을 점검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박민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는 우크라이나 추가 사태 발생 때마다 안전자산 선호 부각으로 미국 국채 하락세 나타날 것"이라며 "미국 10년물 금리는 1.6% 하회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금리들이 적극적인 금리인상 기대감을 반영해 놓은 상황이어서 시장 금리의 하향 룸이 좀더 열릴 것이란 관측들도 보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장단기 스프레드는 불-스티프닝이 전망된다. 현재 한국 채권시장은 올해 기준금리 2% 가능성을 일부 반영했다"면서 "미국의 터미널 레잇(Terminal rate)이 2%인데 한국의 터미널 레잇이 2%로 반영하고 있는 것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아무튼 미국 등 대외 금리가 추가로 하락하면, 올해 들어 급등한 한국의 금리도 추가 강세를 테스트할 수 있을 듯하다.

오늘 국고10년물 금리는 대외 금리 급락 여파로 2.6%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다만 워낙 변동성이 큰 장세이다 보니 대외 금리의 급반등 가능성이나 얼마나 더 빠질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는 진단들도 보인다. 전쟁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치다 보니 자신 있는 대응이 쉽지 않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해외 금리도 워낙 변동성이 커 어벙벙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금리가 이틀 연속 내리꽃았는데, 어느 정도 손절이 나온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결국 확전 여부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이 상태면 좀 되돌리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 단기적으론 안전선호 우세하나 장기적으론 인플레 부담이...

금융시장에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단기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를 늦추는 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론 인플레 우려가 커질 수 있어 부담이 크다는 진단이 많다.

미국 금리 1.6% 하회 가능성을 보는 박민영 연구원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국채 금리는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와 미국 경기 흐름에 다시 주목하며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엔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2.0%대를 다시 상회하는 흐름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노무라증권은 "연준이 단기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나 연간으로는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는 연준이 3월에 기준금리는 25bp 인상한 뒤 올해 연간으로는 총 175bp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올해 남은 회의마다 금리를 25bp씩 7차례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금리 움직임을 보면 연준의 올해 금리 인상 가능성 6~7회가 4~5회로 축소됐다는 식의 평가들이 나오지만, 이런 전망 역시 상당히 유동적이란 진단도 제기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연준 인사들 쪽에서 상반기 100bp 인상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안전자산선호와 인플레 압력 양쪽으로 모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채권이 글로벌 시장을 따라 움직이겠지만, 인플레 우려가 여기서 한층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급락한 금리를 재빨리 되돌릴 수도 있는 요인"이라고 했다.

유가가 상징적인 레벨 100불을 넘어선 상황이다보니, 시장이 이자율 시장이 과연 이런 흐름의 부담을 얼마나 상쇄시킬 수 있을지 주목하기도 한다.

국제유가가 120불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에그플레이션도 간과할 수 없다.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밀 수출을 제한한 2010년 식량가격 급등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이로 인해 정치적 불안이 심화된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관련 문제를 악화시켜, 곡물수입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곡물 가격 급등이 세계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세계 농산물 수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양국의 밀, 콩, 해바라기유 수출은 각각 29%, 19%, 80% 수준"이라며 "이는 파키스탄, 이집트, 터키등 밀가루 원료를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국가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 채권딜러는 "우크라니아 사태는 채권에 단기 호재, 장기 악재로 볼 수 있다. 또 경기와 물가 양쪽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일단 인플레가 현재 글로벌 경제의 주된 화두인 만큼 이 쪽이 좀더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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